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소녀들은 집으로 올 수 있을까

딸기21 2014. 5. 27. 11:13
나이지리아의 여학생들이 집단납치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아이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보코하람 여학생 납치사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대체 나이지리아의 내륙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 14일이다.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이 그날 나이지리아 동북부 보르노주 치보크에 있는 한 여자중학교를 습격했다. 이들은 학교에 불을 지르고,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16~18세 여학생 329명을 납치했다. 이 중 53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나머지 276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5일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며 납치한 여학생들을 “노예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선언했다. 

나이지리아의 폭력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학생 집단납치에다 ‘인신매매 선언’까지 나오면서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AP통신은 이미 여학생 일부가 보코하람 조직원들과 강제로 결혼하거나 약 12달러에 차드나 카메룬 등 이웃 국가로 팔려갔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무능력과 뒷북 대응

보코하람은 모든 서구식 교육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극단조직이다. 이슬람을 내세우긴 했지만 무장 군벌, 갱조직에 가깝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경제국이 된 나이지리아는 세계 10위의 산유국이기도 하다. 이 나라의 경제중심지 라고스에는 마천루가 올라가고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모바일 시장이 기하급수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 아부자나 라고스 같은 대도시를 벗어난 농촌의사회·경제적 풍경은 사뭇 다르다. 연방제인 이 나라의 정치 지형은 기독교 중심의 남부와 무슬림 중심의 북부로 양분돼 있다. 여기에 종족 갈등, 자원배분 갈등이 겹쳐져 있다.



4월 21일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탈출한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북부 무슬림 청년들이 보코하람의 인력풀이다. 이 조직의 지도자는 아부바카르 셰카우라는 인물인데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납치와 학살을 저질러 아프리카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현상수배범이 됐다. 미 국무부는 2012년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보코하람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린 후 셰카우에게 700만 달러(71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며, 나이지리아 정부도 이번 납치사건 뒤 5000만 나이라(약 3억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다.

보코하람은 최근 몇 년 새 북부의 농촌지역에서 기독교를 믿는 주민들을 수시로 학살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소탕하지 못했고, 대담해진 보코하람은 지난달 아부자에서 연쇄 폭탄테러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정부의 대응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현지 언론 프리미엄타임스 등에 따르면 납치가 벌어진 날 “200명가량의 무장괴한들이 2시간쯤 후 들이닥칠 것”이라는 제보전화가 현지 경비군에게 왔다고 한다. 경비군이 인근 군부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놓고 군 당국은 사건 발생 뒤 “보코하람이 여학생 80여명을 납치했지만 8명만 빼고 전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부모들이 몰려와 항의하자 정부는 실종자 숫자를 계속 수정했다.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보코하람은 학생들을 데리고 삼비사라는 거대한 숲 깊숙이 도망쳤다. 삼비사는 나이지리아가 자랑하는 열대우림이다. 차드호 분지 주변에 있는 이 숲은 주민들이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온 곳이다. 영국 식민통치 시절엔 게임 리저브(사파리 구역)로 쓰였고 독립 뒤에도 울창한 숲으로 남아 보호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숲은 근래에는 보코하람의 은신처로 전락했다. 끌려간 여학생들은 이 숲 여러 곳에 나뉘어 억류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못한 여학생 가족들은 직접 수색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면적 6만㎢의 광대한 숲에서 무기도 장비도 없는 가족들이 딸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굿럭 조너선 대통령은 납치 3주 만인 지난 3일에야 처음으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아부자 등지에서는 정부의 행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자 대통령 부인은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경찰이 항의하는 학부모들을 연행하면서 시민들의 분노에 불이 붙었고 시위는 곳곳으로 번졌다.

인신매매 상당수가 성노예로

이 사건이 세계에 특히 큰 충격을 안긴 것은 소녀들을 노예시장에 내놓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노예제는 전근대 사회의 유물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지금이 역사상 어떤 시기보다 노예 수가 많다. 노예 인구의 비중이 떨어질 뿐,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의 숫자만 놓고 보면 사상 최대다. 성노예로 매매되는 여성들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2700만명 이상이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케빈 베일스는 <일회용 사람들>(1999)에서 ‘노예’라 규정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언급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강요나 사기에 의해서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보수를 받지 못한 채 ▲강제적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된다. 미국과 유엔은 정치적·역사적인 이유로 ‘노예’라는 말을 회피한 채 ‘강제노동’ 혹은 ‘인신매매’라 에둘러 부르지만 미국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벤저민 스키너 같은 이들은 “노예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동유럽이 인신매매되는 노예의 주공급처다.

특히 서아프리카의 미성년 여성 인신매매는 아주 심각하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신매매 건수 중 미성년자 인신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2010년 27%였다. 특히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인신매매 피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미성년자들이다. 인신매매 미성년자 3명 가운데 2명은 소녀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성노예 목적으로 거래된다. 

이달 초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여학생들을 팔지 말라”고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총탄을 맞았던 파키스탄 출신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등은 ‘소녀들을 돌려달라’(Bring Back Our Girls)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최고재판관은 보코하람의 행위가 “이슬람의 가르침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고, 수니 이슬람 최고 권위기관인 이집트의 알 아즈하르도 여학생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12일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130여명의 소녀들은 히잡을 쓴 채 코란을 외우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보코하람은 “감옥에 있는 조직원들과 소녀들을 맞바꾸자”고 제의했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과연 소녀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