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칼럼

[공감] 드론이 무서운 이유  

딸기21 2014. 4. 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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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무인기가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같다. 이미 전쟁터에서 쓰인지 오래된 데다 이제는 일자리를 놓고 우리와 싸울 경쟁상대로 떠오른 게 무인기, 세칭 ‘드론’인데 마치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UFO라도 되는 듯 난리다.

 

이미 1915년 세르비아계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드론 편대’를 상상했고 1973년에는 중동전쟁 때 미국의 드론 ‘라이언 파이어비’가 이집트군을 죽이는데 동원됐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거 드론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 살상무기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였다. 명목상 동맹국인 파키스탄 내의 적들을 공격하려니 미군을 직접 투입할 수 없어 드론을 동원한 것이다. 재정이 바닥나 군인들을 철수시키는 과정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Photo: 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


그러면서 ‘군인들의 전투’는 ‘CIA의 비밀 드론공격’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미국에선 CIA가 주도하는 드론 작전에 대해 ‘군·정(보기관) 복합체의 탄생’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어찌 됐든 미국은 예멘과 소말리아, 파키스탄에서 수시로 지금도 드론 공격을 한다. 드론에 희생되는 현지 민간인들의 무고한 죽음이 잘 보도되지 않고 있을뿐이다. 신무기개발을 주도하는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드론 전용 항공모함 개발까지 착수했다.

 

한국에 갑자기 등장한 드론. 이 무인기가 북한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에 종북이네 아니네 호들갑이다. 하지만 전투용이 아니더라도 드론은 이미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손가락만 까딱여 짐을 나르고 영상을 찍고 녹음을 하고 화산을 탐사하고 산불을 감시하고 해안을 순찰할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두달 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스키 중계에도 통상 ‘헬리캠’ 등으로 부르는 무인촬영기가 쓰였다.

 

청와대까지 찍었다는 북한제 무인기가 이슈가 되는 동시에, 신문에는 카이스트에서 시연된 ‘무인기 딸기배달’ 사진이 실렸다. 무인기 기술과 활용범위는 너무 빨리 늘고 있어서 지금 어느 나라도 법률적·윤리적 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미칠 파괴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드론 때문에 몇몇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른다. 도미노피자는 이미 영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피자배달을 테스트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말 8개 지역을 무인기 사용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연방항공청은 내년까지 민간 무인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로 했으니 이미 ‘허가’의 선은 넘어선 것같다. 미국의 드론 정책을 국제정치의 위협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인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이 기계는 정치적 ‘감시용’과 민간용의 구분이 몹시도 모호하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카메라가 달린 ‘상업용’ 무인기를 허가해달라고 로비하지만 그것이 사생활과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침해할지는 알수 없다. 북한이 무인기를 보냈다며 한국형 무인기 사업을 강조하는 보도들을 보니, 누군가가 무인기 띄워 시민을 감시하고 정보수집해 간첩으로 몰아가면 어쩌나 하는 상상까지 해보게 된다.

 

터무니없다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프레데터니 리퍼니 하는 드론들을 미국이 써왔지만 그게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것은 10년이 지나서였다. 오로지 남을 죽일 때에만 쓰는 무기인 줄 알았는데, 중앙정보국(CIA)이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도 드론을 이용해 정보수집을 해왔다는 게 알려지자 그제서야 미국이 들썩였다. 지난 1월에는 노스다코타의 경찰이 범죄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국토안보부의 드론을 동원했다 해서 또 이슈가 됐다. 


미국 국민들이 CIA를 믿지 못하듯 나도 한국의 국정원을 믿지 못한다.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지금 알아두고 상상해보고 준비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호들갑과 대북 구호로 치닫는 분위기도 무섭다. 드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우린 아직 잘 모른다. 드론은 무서운 게 맞지만 북한제여서 무서운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