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任正非·70) 회장은 1970년대 인민해방군에서 일했던 기술자 출신이다. 미국은 런 회장의 경력을 들며 화웨이가 미국 해킹에 관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재작년 호주 정부로 하여금 광대역 인터넷 입찰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한국과도 ‘민감한 내용의 교신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인 한국이 중국의 도·감청이나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미국이 주장했던 것이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사진 위키피디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해킹공격 연루설은 아직 증거가 나타난 바 없는 반면, 미국이 오히려 화웨이를 해킹했으며 런 회장 등 경영진의 통신 내용을 감시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22일 보도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스파이 공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나, 지난해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전방위 정보감시 폭로로 이미지를 구겼다. ‘화웨이 해킹’ 건은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미국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독일 슈피겔 보도는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한 것으로, 미 국가안보국이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전산망 정보를 가로채고 런 회장 등의 통신을 도·감청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안보국은 2007년부터 ‘샷자이언트(Shotgiant)’라 불리는 화웨이 해킹작전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국가안보국 산하 ‘특수접근작전실(TAO)’이 화웨이 본사 서버에 침투했다. 뉴욕타임스는 “국가안보국은 화웨이 서버에 뒷문을 만들어 네트워크에 직접 드나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또 화웨이 통신장비를 역이용해서, 화웨이 기술체제를 스고 있는 파키스탄이나 이란 같은 나라들을 해킹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 통신망을 통해 중국이 해킹을 할수 있다던 미국측 주장과는 반대로, 미국이 화웨이 통신망을 ‘테러 의심국가 감시’에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다만 미국의 이런 추가 ‘작전’이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국가안보국은 화웨이를 해킹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화웨이가 인민해방군과 정말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들었지만, 기밀문서에 따르면 이를 확인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화웨이는 전세계에 14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유무선 통신장비회사이며,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껏 화웨이가 인민해방군과 관련됐다는 증거도 없이 ‘중국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방국의 화웨이 장비도입을 만류해왔다. 미국 화웨이의 윌리엄 플러머 부사장은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함께 해킹을 했다고 했는데 실상은 반대였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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