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만 유전된다.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이상이 있는 여성이, 다른 여성의 난자 일부분을 ‘빌려와’ 수정란을 만든 뒤 시험관아기를 갖게 된다면 어떨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윤리적으로는 엄청난 함의를 지닐 수 있다.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에, 미토콘드리아를 제공한 또 다른 여성의 유전자가 합쳐져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가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차 생길지 모를 유전적 결함을 수정란 단계에서 미리 제거한다는 사실 또한 커다란 윤리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시술방식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25일(현지시간) 전문가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는 26일까지 열리는데, 뉴욕타임스 등은 “향후 허용하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생명윤리에 미칠 함의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 바깥쪽에 위치한 물질인데, 여성 4000명 가운데 1명꼴로 미토콘드리아 결함을 안고 있다. 이 결함은 50가지가 넘는 유전질환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전적 결함을 없애기 위해 수정란 이전 단계에서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 전핵(핵으로 성장하기 전 단계)을 떼어낸 뒤, 미리 전핵을 제거한 다른 여성(기증자)의 난자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는 어머니의 전핵에 담긴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지만, 미토콘드리아만큼은 기증자의 것을 물려받는다.
이런 시술에 반대하는 이들은 “유전자를 기준으로 아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디자이너 베이비(맞춤형 아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번 유전자조작 상품(GMO)은 ‘아기’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앞서 2005년 영국에서 비슷한 연구가 허용됐을 때에도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논란들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시술을 사람에게 하지 않고 있고,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수정란도 모두 폐기해왔다.
FDA는 이번 회의가 윤리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시술 시 산모와 아기에게 미칠 위험 등 연구의 방법과 절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FDA가 이 문제를 토론한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원숭이 수정란으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는 오리건대학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는 “인체에 시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반면, ‘책임 있는 유전학협의회’의 제러미 그루버는 뉴욕타임스에 “인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허용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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