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사면된 러시아 펑크록가수, 풀려나자마자 “푸틴 나가라”

딸기21 2013. 12. 2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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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없는 러시아!”

“그들(정부)은 올림픽을 앞두고 또다른 쇼를 벌인 것 뿐이다.”


얼어붙은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교도소 병원에서 23일 출소한 러시아 펑크록그룹 ‘푸시라이엇(Pussy Riot)’의 가수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는 감옥문을 나오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헌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대규모 사면을 실시하면서 석방 대상에 포함된 톨로코니코바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푸틴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을 비판했다가 구속수감된 펑크록그룹 ‘푸시라이엇’ 멤버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가 23일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교도소를 출소해 기자들 앞에서 말하고 있다.크라스노야르스크/AP연합뉴스



그는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이콧하게 만드는 건 너무 큰 바램일지 모르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잊혀진 수감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톨로코니코바 등은 지난해 8월 모스크바 대성당 앞에서 푸틴 체제에 반대하는 공연을 했다가 붙잡혀 수감됐다. 당국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종교적 증오감정에 의해 촉발된 훌리거니즘'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반체제 문화예술인들을 용납하지 않는 독재적인 처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기돈 크레머 같은 러시아 출신의 유명 음악가들이 이에 공개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처분은 푸틴 정권의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톨로코니코바를 아예 시베리아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해버렸다. 또 다른 멤버 마리아 알료키나는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옮겨졌다가 톨로코니코바보다 먼저 석방됐다. 알료키나 역시 풀려나자마자 푸틴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고 BBC방송 등은 전했다.


푸시라이엇을 수감하고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체포해 ‘해적죄’로 기소한 러시아 당국의 처사에 국제적인 비난이 빗발쳤다. 설상가상으로, 푸틴 정부와 국가두마(의회)는 동성애자들을 핍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세계의 인권 흐름과 엇나갔다.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러시아 소치에서 내년 2월 7일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독일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소치 방문을 거부했다.


그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크렘린은 푸시라이엇 멤버들과 그린피스 활동가들, 10년 넘게 수감돼온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등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푸틴은 ‘인도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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