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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연합,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반기... "케냐 대통령 재판 연기하라"

딸기21 2013. 10. 13. 15:46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이 케냐 현직대통령을 기소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54개국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은 12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에 대한 ICC 재판을 유보해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사진 ehabari.com


테드로스 아다놈 에티오피아 외무장관은 “재판 유보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케냐타 대통령은 법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어차피 1년간 재판이 연기되는 것이니 이래저래 케냐타는 법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로군요. 이날 회의는 ‘아프리카와 ICC의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습니다.


케냐타는 2007년 케냐 대선 뒤에 벌어진 부정선거 시비와 종족간 싸움 과정에서 폭력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12일 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케냐타는 AU 회의에서 “ICC는 정의의 보루가 아닌 제국주의 권력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2류 인간이 아니다”라며 재판소 측을 비난했다고 SAPA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사진 위키피디아


ICC는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로마규약’에 따라 199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됐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송상현 재판소장이 이끌고 있고요. 122개국이 로마규약을 비준했으나, 재판소 설립 이래 지금까지 15년간 기소됐거나 공식 조사를 받은 사람은 모두 아프리카인이었습니다. 기소자 수는 수단과 케냐가 각각 7명, 콩고민주공화국(DRC) 6명, 우간다 5명, 리비아·코트디부아르 각각 3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 1명 등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군의 학살 범죄는 이곳에서 거론조차 된 적 없습니다. 미국은 로마규약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 재판소가 ‘미군 면책권’을 주지 않으면 로마규약을 비준할 수 없다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중국이나 라틴아메리카의 인권침해도 기소된 바 없습니다.


ICC 홈페이지(www.icc-cpi.int) 첫 화면입니다. 조사중이거나 기소자가 있는 나라들을 보세요.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케냐, 리비아, 코트디부아르, 말리.
이 정도면 '아프리카 재판소', '하이에나 재판소'라는 비난을 들어도 딱히 할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설립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만 단죄하는 재판소’란 비아냥을 듣고 있고, 결국 아프리카 대륙 차원의 ‘비토’를 당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수단 남부 다르푸르 등지에서 아프리카계 주민들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은 2010년 ICC에 기소됐지만 출석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