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마지막 '불량국가' 이란의 선택은

딸기21 2005. 9. 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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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리비아에 이어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모두 폐기키로 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불량국가'로 남게 된 이란 핵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이란을 상대로 압력의 강도를 높이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 등 우방국들을 방패 삼아 맞서고 있다. 국제사회의 분열 속에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며, 오히려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을 맡아온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은 19일(현지시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위반한 이란을 안보리에 회부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IAEA 35개 이사국들에 회람을 시켰다. IAEA는 NPT 위반국을 안보리에 회부하도록 정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IAEA 이사국들의 의견은 심각하게 갈리고 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은 유럽국들과 달리 이란에 우호적이다. 비동맹권 14개 이사국들은 19일 별도의 회합을 갖고 "이란의 핵 활동 중단을 촉구한다"는 원론만 재확인했다. 표결에 부칠 경우 유럽쪽 주장이 채택될 수는 있겠지만 압도적 지지는 못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IAEA 의장은 "공은 이란이 갖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BBC가 보도했다.


IAEA 이사회에서 유럽측 주장이 채택돼 유엔으로 간다 해도 상황은 복잡하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주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 이란 핵문제 안보리 회부와 결의안 채택 등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후 주석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폭스뉴스 회견에서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 우회적으로 안보리 회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의 상황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전과 비슷하다. 당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실체를 놓고 국제사회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러시아와 중국을 축으로 한 반대파로 갈려 대립했다.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움츠러들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사이엔 분열이 계속돼 유엔이 휘청거렸었다. 이란 핵문제로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엔이 이란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해도 어차피 구속력은 없다"고 지적한다.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결의안을 줄줄이 내놓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결의안 홍수 속에 갈등이 지속되면서 기름값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 이란 핵 사태 일지

2002.   8.      이란 망명자들, 유엔에서 나탄즈, 아라크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의혹 제기

        9.      이란 부셰르 원전 건설 시작

       12.     미국, 이란 핵 시설 촬영한 첩보위성 사진 공개. 이란은 IAEA 사찰에 동의

2003.   2       이란, 우라늄 농축 등 핵 연료 생산하겠다고 공식 선언

        8.      IAEA 사찰팀, 나탄즈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 발견

       10.     이란, 유럽3국 협상단에 우라늄 농축 중단 약속

       11.     엘바라데이 IAEA 의장,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 없다" 발표.

       12.     이란, IAEA와 핵 활동 중단 의정서 서명

2004.   2.      파키스탄 핵물리학자 칸 박사, 이란에 핵무기 기술 판매했다고 주장

        9.      미국, 이란 핵 의혹 다시 제기하며 유엔 안보리에 제재 요구

       11.     이란, 유럽3국 협상단과 핵 활동 중단 다시 약속

2005.   1       IAEA 사찰팀 활동 재개

        4.      이란, 이스파한 핵 시설 가동하겠다고 선언

        8.      이란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취임, 핵 시설 가동

        9.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유엔 총회에서 `핵 에너지 자결권' 주장



눈에 띄는 이란의 외교전략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서방의 핵 포기 압력을 `핵 아파르트헤이트(분리정책)'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데 이어, 19일 테헤란에 돌아가서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회견을 갖고 핵 자결권을 지킬 것임을 다시 강조했다. 북핵 타결로 서방의 집중적인 압력을 받게 됐지만 이란의 강경 입장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문제가 북한이나 리비아 문제처럼 전격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란의 핵 외교 전략. 1979년 이슬람혁명 이래 서방과 아랍권 모두의 봉쇄 속에 웅크려 있던 이란은 최근 국제무대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핵을 무기 삼고 에너지자원을 방패삼아 `미국도 맘대로 못하는' 지역 강국으로 부상한 것.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란의 외교 전략의 키워드는 `방패'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동원, 러시아와 중국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거기에 인도까지 가세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외교전에서 이란의 최대 보호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민은 내세울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극심한 식량난에 에너지난을 겪어온 북한과 달리 이란은 자원 대국이다. 어지간한 경제적 인센티브로는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강경책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악마로 몰아붙여 공격했다.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후세인의 `독재'와 쿠르드족 학살 등을 내세워 전쟁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슬람권 친미독재국가들과 달리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 이란이 나서서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한 `악마 만들기'는 통용되기 힘들다. 따라서 이란 핵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이란의 주장처럼 핵 정책이 평화적으로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수준에서 고착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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