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실주의(Neorealism)’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케네스 월츠(사진)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9세.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석좌교수와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내고 미국 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월츠는 1959년 전쟁의 원인을 인간 본성과 국가의 내부구조, 국제정치 구조라는 3개의 범주로 구분해 설명한 <인간, 국가, 전쟁>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79년 펴낸 <국제정치이론>은 그를 국제정치학의 주류로 띄워올렸다.
당시까지 한스 모겐소 등 유럽에서 건너온 학자들이 국제정치·외교학의 흐름을 이끌어왔다면, 월츠는 이 책을 통해 모겐소의 현실주의를 비판하면서 ‘미국적 관점을 담은 미국식 이론’을 선보였다.
개별 국가를 인간과 같은 개별 행위자로 파악하는 현실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제정치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개별 국가의 행위를 파악하고자 했기 때문에 월츠의 이론은 ‘신현실주의’ 혹은 ‘구조적 현실주의’라는 이름을 얻었다. 역사와 철학을 중시한 이전 학자들과 달리 월츠는 과학적, 실증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정치 이론을 만들려 했다는 평을 듣는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차이를 강조하며 국제정치의 룰을 규명하려 애쓴 월츠는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에 한 획을 그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월츠는 고전적인 세력균형론을 미·소 냉전 구도에 맞춰 재해석한 신세력균형론을 주장하면서 양극체제를 매우 안정적인 국제질서로 파악했다. 하지만 냉전시대의 붕괴를 내다보지 못한 채, 양극체제를 ‘균형되고 아름다운 체제’라면서 자연계의 법칙으로까지 격상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월츠는 이론가였지만 현실 국제정치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해에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이란의 미친 이맘(이슬람 지도자)들에게 핵무기를 쥐어주라”며 이란 핵개발을 막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980년에도 핵군축 노력을 평가절하하며 “핵무기가 더 확산되는 편이 국제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003년 조지 W 부시 정권이 이라크전을 일으켰을 때에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 다른 현실주의 학자들과 함께 전쟁에 반대했다. 미국 정치학회는 ‘케네스 월츠 논문상’을 만들어 정치외교학 우수 논문을 선정,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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