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온통 무바라크 홍보 포스터 뿐. [로이터]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무바라크. [AFP]
무바라크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 팝니다. [AP]
"부정 선거다, 재선거하자!" 야당 후보 아이만 누르의 외로운 외침. [AFP]
-이집트 대선에서 무바라크 현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하다던데.
이집트의 사상 첫 대통령 경선은 ‘민주주의’의 한계만을 드러낸 채 호스니 무바라크(77) 현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귀결됐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고 9일 보도했다.
아직 공식 선거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잠정 집계결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78~80%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당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인 알 가드 당의 아이만 누르 후보는 10~12%를 얻는데 그쳤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번에 당선이 확정되면 5연임에 30년간 집권하는 것이 된다.
-무바라크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투표율이 관심을 모았었는데 어느 정도나 나왔나.
관심을 모았던 투표율은 20%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다른 외신들도 3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언론은 카이로에 이은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투표율이 17%에 그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무바라크 재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압도적 투표, 압도적 지지’로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집트 인권기구는 투표율을 20∼25%로 예상하고 “공식 투표율이 이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으면 선거부정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부정 논란도 많던데.
이번 선거는 온갖 종류의 부정으로 얼룩진 가운데 치러졌다. 야당의 누르 후보 측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와 룩소르 등 곳곳에서 무바라크 지지자들이 투표소에 진을 친 채 유권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으며, 금품·향응 제공과 매수행위도 벌어졌다. 이집트 북부 시골마을에서는 주민들에게 “투표를 하면 밥을 준다”는 경우도 있었고, 노골적인 돈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운동 기간이 끝났는데도 무바라크 지지자들이 일제히 티셔츠를 입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은 기본이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가짜 기표용지를 투입한 사례도 적발됐다고 야당은 주장했다.
-야당의 재선거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나.
그럴 리 없다. 선관위는 벌써 누르 후보 측 주장을 일축했다. 오사마 아타위야 선관위 대변인은 “누르 후보측 주장을 확인한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재선거 요구를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누르 후보 진영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부정사례인데도 선관위가 기각 결정을 내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무바라크 진영은 누르 후보 측이 선거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공연히 투표과정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선관위 결정은 구속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법원 판결에도 구애받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부정선거 주장은 아무런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전망이다.
-부정선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집트 정치사에서는 의미가 큰 선거였을 듯.
이집트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3명이다. 건국의 아버지인 가말 압둘 나세르가 병사하고, 안와르 사다트가 암살 당하고, 81년부터 무바라크가 집권하고 있다. 무바라크는 지금까지 네 차례 단독 출마,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계속 집권해왔다.
무바라크는 그동안 미국의 원조와 지원에 힘입어, 자국 내 재야세력이나 이슬람세력을 탄압하며 정보기구를 총동원한 철권 통치를 펼쳐왔다. 야당 세력은 거의 없는 상황. 그런데도 누르 후보가 12%가 나왔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훨씬 큰 의미. 지난 2월 무바라크는 개혁 여론에 밀려서 대선 법안을 개정, 경선을 허용했다. 비록 허울뿐인 민주경선이긴 했으나 선거를 거치며 국민들의 정치참여 의식과 민주화 요구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무바라크가 앞으로 맞게 될 과제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난. 이집트는 정부 재정의 30% 정도를 미국 원조로 충당하고 있다. 젊은 층 실업난과 빈부 격차가 큰 문제다. 사상 첫 경선인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무바라크는 “임기 동안 일자리 40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도 높다. 미국도 최근 이집트에 어느 정도 민주화 개혁을 실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무바라크를 지원해주긴 했지만 대미관계가 과거에 비해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대미관계와 민주개혁이 서로 얽혀있는 것이다. 또 무바라크는 24년간 계속된 비상계엄령 철폐를 약속한 상태여서, 실행에 옮길지가 주목된다.
-고령인데,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미 고령이라는 것. 따라서 6년 임기를 다 채우기보다는, 절반 정도 지난 뒤 아들인 가말(42)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말은 이미 집권 국민민주당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놓고 있다. 2월에 만든 대선 법안은, 5년 이상 의회에서 일정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후보만이 대선에 나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야당이나 새로운 인물의 출마를 막고 있는 셈이다. 이 법안은 가말에게 권력을 세습해주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높아지고 있는데,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부자세습 정권’이 이집트에서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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