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인터넷 검색 많이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딸기21 2011. 7. 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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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 많이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조사결과.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부터 노래 가사를 외우지 않게 되어버렸죠. 만약 옆에 축구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 축구와 관련된 세부 정보를 내가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죠. 궁금할 땐 그 친구에게 물어보면 되니까요. 
이렇게 해서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의 기억력을 쓰지 않게 되는 건데요.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하면 돼, 인터넷에 다 나와있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정보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좀 비약해서 말씀드리면, '구글을 오래 쓰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이런 내용을 실험으로 입증한 연구보고서가 실렸습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그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나빠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험했는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벳시 스패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하버드대 재학생 60명을 대상을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알파벳 40글자로 된 문장을 제시한 뒤 절반에게는 컴퓨터에 그 문장이 저장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그룹에는 문장이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문장을 재검색해볼 수 있다고 예상한 참가자들은 자신이 읽은 문장을 굳이 암기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반면 정보가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 쪽에서는 내용을 기억하는 정도가 월등했습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 시대가 되면서 기억력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기억력의 '아웃소싱'이라고 하면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게 아니라 기억의 패턴이나 방식이 바뀐다는 뜻?
 
그렇습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기억하는 정도의 차이 뿐 아니라,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컴퓨터에 저장될 거라고 믿었던 그룹의 참가자들은 제시된 문장 자체는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컴퓨터 상에 해당 문장이 저장돼있는 폴더의 이름은 훨씬 기억을 잘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보의 내용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그 저장 위치를 기억하게 된다는 거죠. 또 한가지, 과거에는 어떤 정보가 필요하면 그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거나 책을 찾아봤죠. 이번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확실히 인터넷 검색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때에 어디에 물어보면 좋을까, 하는 문제에서 참가자들 대부분은 자동적으로 인터넷 검색엔진을 떠올렸습니다.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거죠. 

-우리의 뇌가 인터넷 시대에 맞춰 진화를 하는 셈이군요. 하지만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요.

연구팀은 “우리가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이 되어간다는 게 아니라, 어디에 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그 경로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뇌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서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 답을 얻던 방식이 인터넷이라는 더욱 광범위한 네트워크 형태로 바뀐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역사상 정보저장 방식은 구전에서 문자로, 책으로, 컴퓨터로, 늘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을 수 없죠. 기억능력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해서 인터넷에 맡겨두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될까요. 한 IT 전문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검색과 웹서핑에 의존한다면 뇌가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결국 사고의 깊이가 얕아진다”고 경고했습니다. 

-검색에 의존하면 머리도 나빠진다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순간순간의 활동을 통해 단기적인 기억을 만듭니다. 그것이 반복되면 장기기억으로 이동시키고, 이것들을 끌어내고 조합해서 사고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억을 아웃소싱하게 되면 장기기억으로 들어가던 것들이 줄어들게 되죠. 더군다나 웹에서는 정보가 뒤죽박죽으로 쏟아집니다. 이것들을 스스로 다시 배열하고 깊이 사고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생각도 겉핥기에 그치게 된다는 겁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심지어 인터넷에 있는 글들을 책보다 더 많이 읽게 되면서 독해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넷에서 글 읽을 때에는 효율성과 즉각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복잡한 구조의 산문을 읽는 깊이있는 독서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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