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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가 패닉이네요.
미국 경기침체와 부도위기까지 치달았던 재정난, 그리고 유럽 계속되는 재정위기로 각국 증시가 모두 폭락하고 있습니다. 뉴욕증시 폭락 여파로 아시아 증시는 오늘 모두 하락했습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72%포인트 떨어져서,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상하이 증시,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 모두 떨어졌습니다. 대만과 홍콩 증시는 5%이상 폭락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다섯 달 만에 2000선 붕괴된 채 장을 마감했다고 하는데, '검은 금요일'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증시들 역시 유로존 채무 위기 속에서 폭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100 지수는 시작부터 전날 종가보다 2.9% 떨어진 채 출발했고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증시 모두 약세로 시작했습니다.
유럽 쪽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그리스·포르투갈을 넘어서 이탈리아·스페인 재정위기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미국 경제라는 커다란 걱정거리가 겹쳐지면서 동반 폭락하는 양상입니다.
Pedestrians are reflected on the glass of stock indicators in downtown Tokyo on Friday Aug. 5, 2011. /AP
-그런데 유럽 위기 계속되는 와중에도 유로화는 계속 강세라던데. 왜 그런건지.
AFP통신이 세계경제가 요즘 참 이상하다면서 ‘통화의 모순’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지금 각국이 재정적자 즉 부채 때문에 허덕이고 있는데 환율동향은 그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유로화와 엔화 강세라는 겁니다. 그리스가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아놓고도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계속 디폴트 위기 상황에 와 있죠. 유로권 3위,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서도 구제금융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로화 뿐 아니라 엔화도 초강세입니다. 일본은 지금 재정적자 규모가 세계 1위인데도 엔화를 각국이 사들이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걸 방증하는 이유있는 현상”이라고들 말합니다.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인 것은 일본과 유럽 경제가 튼실해서가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의 인기가 워낙 떨어져서라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달러화 선호도가 지금 사상 최저수준이라고 합니다. 미국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제침체가 길어지면서 구매력이 사라졌죠. 아직 통계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2분기에 미국 경제가 더 떨어져서 경기후퇴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경기부양한다고 그동안 통화 유통량을 늘렸습니다.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대가로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경기 후퇴 우려가 더 심해진 탓에 투자자들이 엔화, 스위스프랑화, 그것도 안 되면 유로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AFP는 분석했습니다.
-유럽도 유럽이지만... 위기가 아시아로까지 넘어오는 양상이라던데.
아시아는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빨리 회복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계속 흔들리는 와중에도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 신흥경제권의 부상 등에 힘입어 회복 속도가 빨랐는데, 미국과 유럽 경제권의 불안이 아시아로 다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오늘의 패닉 증시가 그 징조인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입니다. 일본이 지금 명목상으로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입니다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에 일격을 맞았습니다.
지진 후 넉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미국·유럽발 위기의 여파가 밀려와 또다시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내수 시장이 아주 약해졌습니다. 거기다가 엔고 때문에 기업들 수출이 줄고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은 이런저런 공약들을 내놓고 실행도 못한채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리더십 위기까지 맞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일본에는 악재만 잔뜩 쌓여 있는 양상입니다.
-엔고 때문에 몸살 앓는 일본... 어제는 시장개입까지 한 걸로 아는데.
원치 않는 엔고가 계속되자 어제(4일)와 오늘 이틀에 걸쳐 일본 통화당국이 시장개입을 단행했습니다. 이틀간 당국이 시장에 푼 돈이 4조엔이라고 합니다. 지지통신은 사상 최대규모의 시장개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때 엔화는 달러당 76엔대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는데, 당국이 개입하면서 오늘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81엔대까지로 잠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시장불안이 커지면서 다시 78엔대로 올라갔습니다. 일본언론들에 따르면 당국도 “개입을 했는데 효과가 없으니 할 말이 없다”며 망연한 표정이었다고 하는데요. 국제금융시장이 더 큰 불안에 시달리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이 의미없게 되어버린 꼴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달러당 85엔 이하로 떨어져야만 수출경쟁력이 있다며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4월에 올 경제성장률을 0.6%로 예상했다가, 지난달 0.4%로 하향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사실상의 제로성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지진 이후 복구사업에 따른 경제활성화 효과, 이른바 '부흥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낙관적인 시각도 있었는데 미국·유럽 경제악화라는 외풍 앞에서 힘을 못 쓰는 상황이네요.
-그래도 중국은 내수시장이 크니 좀 낫지 않나요.
한국,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외풍에 세다고는 하는데요. 중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경제성장률 9.2%를 기록한 바 있고, 그동안 꾸준히 1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왔습니다. 내수시장이 견실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성장률이 9%대에 이를 것으로들 예상합니다.
하지만 자칫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물가 불안 때문에 최근 당국이 긴축통화 정책을 쓰면서 GDP 성장률이 둔화되는 양상이고요. 미국 경제 상황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화근인 미국 경제... 과연 어떻게 될까.
현지시간 5일 미국 노동부가 고용통계를 발표할텐데, 거기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경제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수이기도 하고요.
이는, 미국이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한데 대해 세계가 엄청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 미국이 그동안 재정지출로 경제를 지탱해왔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재정지출 줄인다는 얘기에 증시가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2008년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실제로 재정지출 등 응급처방으로 버텨온 측면이 강했는데 이게 이제 명백한 사실이 되어 다시 충격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잠시나마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착각일 뿐이었다, 재정지출 통해 반짝 끌어올렸던 것뿐이었다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미국 경제가 극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글로벌 패권전략 자체를 바꿔야겠죠. 그리고 국민들 복지를 줄이고, 허리띠를 끝까지 졸라매야겠죠.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여러 외신들이 각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실었는데, 미국이 그렇게 극적으로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국내정치 차원에서라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계속 빚을 내는 것뿐입니다. 이번에 부채 한도를 올려버린 것처럼요. 미국이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게 1985년이죠. 그 때 플라자합의라는 걸 해서 자기네들 빚을 사실상 일본에 이전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그 후로도 빚은 계속 늘었습니다.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서 신용수요를 확대하는, 즉 국민들이 다 거품증시에 기대어 빚을 내게 만드는 식으로 경제를 운용해왔다가 2008년 그 거품이 꺼져버렸고... 더이상 대안도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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