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빛보다 빠른 입자? 중성미자 넌 대체 머니

딸기21 2011. 9. 23. 17:56
728x90
스위스의 제네바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라는 곳이 있습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해야 하는 연구들을 하는, 엄청난 설비들을 갖춘 연구소입니다. 실험 대상이 커서가 아니라, 돈이 워낙 많이 들어서 여러 나라가 협력해 만든 연구소입니다. 이 연구소에서 실제로 연구하는 건 존재조차 직접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들입니다. 

그 중에 중성미자라는 게 있습니다. 원자에서 전자가 방출될 때 나오는, 아주아주 작아서 거의 질량이 없는 입자인데요. 이 입자는 질량이 0에 가까운데다 일반적인 원자들하고는 상호작용도 하지 않기 때문에 땅속도 마치 진공상태처럼 그냥 통과한다고 합니다.

제네바의 연구소에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라는 곳까지 땅속으로 중성미자를 쏘아보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약칭을 따서 OPERA(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 실험이라고 부르는 프로젝트인데요. 그랬더니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한 걸로 측정됐다고 합니다.



빛보다 빠르다면 그 속도는 대체 얼마이고, 측정은 어떻게 했을까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와 원자시계를 이용해서 속도를 쟀습니다. 원자시계는 원자의 진동수를 이용해서 시간을 재는 거라고 하는데 수십억 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오류 확률은 수십만 년에 1초 정도여서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라고 부릅니다. OPERA 팀 과학자들은 중성미자 1만5000개를 쏘아보내고 그 속도를 쟀는데, 빛의 속도보다 60나노초(1억분의 6초) 빨랐다고 하네요. 너무 미세한 차이라서 사실 보통 사람들에겐 이 실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요. 하지만 물리학자들에겐 엄청난 뉴스입니다. 

현대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거기 따르면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습니다.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라고 하죠. 아인슈타인의 설명을 빌면 질량과 속도와 시간은 모두 연결돼 있고, 그 빠르기의 절대치가 곧 빛의 속도입니다. 

그런데 빛보다 빠른 입자가 측정된 거니까 이번 실험대로라면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거죠. 한마디로, 그 유명한 엠씨스퀘어(E=mc²)가 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 실험을 잘못 해서 틀렸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지금은 맞다 아니다를 말하긴 이릅니다. 

일본이 2004년 쓰쿠바시의 고에너지연구소(KEK)에서 중성미자를 쏘아서, 250㎞ 떨어진 곳에 있는 슈퍼카미오칸데라는 일종의 물탱크 같은 실험장치에 맞추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때도 중성미자는 광속보다 1억분의1 빠른 걸로 나타났지만 이 결과를 놓고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연구소가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측정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OPERA 연구팀도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측정결과를 온라인 논문등록사이트에 올려놓고 다른 학자들의 지적과 비판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외신에 인터뷰한 어느 과학자의 말마따나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이고 또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공상과학소설 같은 상상일 뿐이지만, 만일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즉 빛이 절대속도가 아니라면 타임머신이 가능할 지도 모르죠. 

미국 페르미연구소에서도 지금 비슷한 종류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놓고 유럽쪽 OPERA 측정치와 비교분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학자들은 OPERA 프로젝트를 주관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공식 발표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구소 측이 현지시간 23일 공개세미나를 열고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