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지장치에 매여 살아가는 불치병 환자들을 ‘구원’해준 죽음의 천사인가, 연쇄 살인마인가. 브라질판 ‘죽음의 의사’가 체포되면서 ‘죽을 권리’와 의사의 의무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고 가디언 등이 27일 보도했다.
브라질 수사당국은 남부 쿠리치바 복음병원에서 일하던 여성 의사 비르지니아 소아레스 데 수사를 지난달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데 수사는 지난달 환자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조사 과정에서 살인 건수가 20건으로 늘어났다.
당국은 같은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4명을 함께 기소한 뒤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 데 수사가 사망에 이르게 한 환자가 7년에 걸쳐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데 수사는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된다.
당국에 따르면 데 수사는 인공호흡기 산소투입량을 줄이거나 근육이완제를 투약하는 방법으로 중환자들을 숨지게 했다. 조사를 맡은 마리우 루바투는 브라질 판타스티쿠TV에 나와 “데 수사는 마치 자기가 신인 양 환자들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이보 스피체르라는 환자는 지난 1월 데 수사가 근육이완제를 투약한 뒤 1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의 인공호흡기 산소투입량도 적정치 아래로 낮춰져 있었다.
한 간호사는 당국의 조사에서 “환자가 물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나갔다 와보니 갑자기 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쿠리치바가 위치한 파라냐 주정부는 복음병원 환자들의 ‘수상한 죽음’에 대해 지난해부터 조사를 벌였으나, 지난달에야 데 수사 등을 체포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데 수사의 ‘범행 의도’는 불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병상을 비우기 위해” 의식이 있는 중환자들까지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데 수사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데 수사의 변호사는 “적법한 의료 절차에 따라 이뤄진 행위들”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의식 없는 환자들이나 고통받는 중환자들을 숨지게 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죽음의 의사’라 불렸던 미국의 잭 케보키언이다. 병리학자이자 의사였던 그는 환자의 ‘죽을 권리’를 주장하며 9년간 130명의 안락사를 도왔다. 루게릭병 환자를 안락사시키는 과정을 녹화한 뒤 방송에 공개,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케보키언은 살인죄로 수감됐다 가석방된 뒤 2011년 사망했다.
영국에서는 해럴드 쉽먼이라는 의사가 25년간 환자 215명을 살해한 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다가 200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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