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영화 '그녀에게'

딸기21 2003. 5. 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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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모도바로가 뭔지 몰랐다.
이 영화 설명하는데 '알모도바르'라는 말이 있었다.
"**야, 저 영화 보자. 일모도바르래."
"감독 이름이니"
"나도 모르겠는데, 하여간 일모도바르래."
무덤덤한 관객과 무식한 관객, 내 친구 h와 나는 영화를 보러 갔다.
그녀에게.

하필 그녀는 춤추는 여자다.

불쌍하다, 알리샤. 그 좋은 나이에.
발레리나의 꿈(좀 상투적이군)을 안고 살던 너
식물인간이 돼서 식물처럼 늘어져있다니.

그 놈.

베니그노.
식물인간을 강간한 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강렬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커플.
마르코와 리디아.


내가 본 정말 몇 안 되는 스페인 영화 중의 하나인 
'안나이야기'에는 서커스단이 나왔는데, 이번엔 투우사로군.
일종의 '과거와 현대 뒤섞기' 코드인 것인가.
리디아의 남성성과 알리샤의 여성성이 두드러지게 대비되누만.
감독은 무엇 때문에 그것을 대비시킨 것일까.
베니그노의 여성성은 좀 느끼하단 말이다...
이들 네 명이 함께 있는 장면이 한번 나왔는데
"두 둥물과 두 식물이 서서 혹은 늘어져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아름답다면, 아름다울 수도 있지.

쿠쿠루쿠쿠 팔로마는 아주 아름다웠고
피나바우쉬의 무용극도 근사했고
무성영화는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미지와 소리, 장치들을 속닥속닥 섞어 만든
예!술!영!화!

그러나 지겹고, 두드러기 날 것 같아.
사랑의 여러가지 단면들--이라고 하기엔 
그러니까 당신, 결국 변태 정신병자 아니냐구.
씬지 말마따나,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덤벼드는건
여자가 진짜 '나무'인 줄 아는 미친놈이다.
'바라보는 사랑' 어쩌구 하면서 들러붙는 건
관음증 아니면 찐드기 껌같은 놈이다.
사랑의 여러가지 이름, 진절머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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