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만딜(사진) IEA 의장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본부에서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에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긴급히 연락, 만장일치로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IE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카트리나로 미국 멕시코만 일대 산유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등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한달간 매일 200만 배럴씩, 총 6000만 배럴의 석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EA는 2주 뒤 이사회를 열어 비축유 방출의 효과를 비롯해 석유시장을 총 점검하기로 했다.
IEA는 전략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26개 국가의 모임으로, 각국 정부 보유분 14억 배럴을 포함해 총 40억 배럴의 석유를 비축해놓고 있다. 이 기구는 1974년 석유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기구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은 1991년 걸프에 이어 사상 2번째다.
유럽연합(EU)도 산하 IEA 회원국들의 조치와 별개로 미국에 석유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의 대니얼 예긴 소장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미국에 석유를 지원키로 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석유 수급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IEA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른 시일 내에 회의를 갖고 증산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미국은 IEA의 조치가 있기 전 이미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며 총 3000만 배럴을 풀 계획이다. 미 에너지부는 또 프랑스계 석유회사인 토탈사(社)에서 60만 배럴의 휘발유를 빌리기로 했다.
IEA 결정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88 달러(2.7%) 하락한 배럴당 67.57 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그러나 긴급조치들이 잇따르고는 있지만, 석유 수급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BBC는 "유럽의 저유소에 있는 IEA의 비축유가 선적돼 미국에 도착하기까지는 열흘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에너지난이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OPEC 회원국들도 이미 생산-정유 시설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거대 소비국들의 에너지 불안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는 남부를 중심으로 휘발유 부족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래 멕시코만의 산유시설들은 90%가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 전체로 보면 30%에 가까운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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