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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순 임금과 태씨

딸기21 2012. 11. 30. 23:09

매일 블로그에 글 한 편 올리겠다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안 되는구만. 세상에 쉬운 일이 없어... 
오늘은 특히나 멍하게 게임만 하고 있었다. 새벽에 웬일인지 잠 깨어 뒤척인 탓일까.
남들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금요일 밤에, 하루를 이대로 보내긴 한심하다 싶어 장자를 다시 펼쳤다. '큰 스승'편이 끝나고 이제부터 장자의 제7편인 '황제와 임금의 자격(
應帝王)'이다. 종일 멍때리고 게임하던 내가 '황제와 임금의 자격'을 읽는다는 것부터가 웃기지만, 어쩌겠어, 장자님이 이런 얘기를 끌고 나오는 걸. 마침 곧 있으면 대선. 어떤 이들은 고대의 제왕론을 보며 현대의 정치인들을 운운하지만, 난 그러는 것 싫다. 대통령이 무슨 왕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번 대선에선 '유신공주'라는 사람이 나온다는 마당에. 솔까말 나는 그 호칭도 싫더라. 노욕과 퇴보의 고집불통처럼 보이던데 공주는 무슨 공주. 


순(舜) 임금과 태씨(泰氏)


1. 설결(齧缺. 이 빠진 이)이 왕예(王倪. 왕의 후예)에게 물었습니다. 네 번 물었는데, 네 번 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설결은 껑충 뛰며 매우 기뻐하며 스승 포의자(蒲衣子. 부들풀옷 선생)에게 가서 이 말을 전했습니다. 

포의자가 말했습니다. "너는 그것을 이제야 알아냈느냐? 순 임금은 태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순 임금은 아직도 인(仁)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려 하는데, 그렇게 해서도 사람을 끌어 모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시비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태씨는 누워 잘 때는 느긋하고, 깨어 있을 때는 덤덤하여, 때로는 스스로 말이 되고 때로는 스스로 소가 되기도 한다. 그 앎은 실로 믿음직하며, 그 덕은 아주 참되다. 그는 시비의 경지에 빠져 있지 않다."


두 사람의 문답은 제물론에도 나왔다. 다 까먹고 있었지만... 해설을 보니 그렇게 써있네. 쩝.

저 글에서 설결이 왕예에게 뭘 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물음에 답하는 경지(시비를 따지는 경지)를 넘어서 있다고 한다. 이거야 원.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할 밖에. 



이 분이 순 임금이란다.
Emperor Shun, one of the mythical Five Sovereigns.Inscription reads: The God Shun, Zhong Hua, plowed beyond Mount Li; in three years he had developed it (Birrell, Chinese Mythology, p.71) /위키피디아


한자를 찾다 보니 새로 배우는 게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문을 제법 좋아했는데 그 후론 손으로 써본 적이 없다. 컴퓨터 타이핑이 대세가 된 탓을 하고 그냥 넘어가자. 지금 보니 舜이라는 
글자는 뜻 자체가 '순 임금 순'이네... 난 지금껏 '이순신(李舜臣)의 순'인 것 밖에 몰랐다. 

설결의 한자도 재미있고. 이빨 빠진 글자, 설. 왕예의 倪는 '아이 예'이고 통상 '후예' 할 때는 後裔 즉 裔(후손 예)라는 글자를 쓴다. 나야 뭐 쓸 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그런데 저기서는 뜻이 '왕의 후예'인데 한자가 다른 게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