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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운명일 따름이겠지

딸기21 2012. 11. 27. 15:48

39. 자여(子輿. 가마선생)와 자상(子桑. 뽕나무 선생)은 벗이었습니다. 장마 비가 열흘이나 계속 내리던 어느 날 자여가 생각했습니다. '자상이 분명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여는 먹을 것을 싸 가지고 그에게 갔습니다. 자상의 집 문 앞에 이르자,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는 듯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버님이실까 어머님이실까, 하늘이실까 사람들일까."

힘에 겨워 목소리가 겨우 나오고, 가사도 곡에 맞지 않게 나왔습니다. 

자여가 들어가 물었습니다. "자네 노래가 어찌 그런가?"

자상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나를 이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온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 알 수가 없네. 부모님이 어찌 내가 이렇게 가난하길 바라셨겠는가? 하늘은 사심 없이 모두를 다 같이 덮어 주고, 땅은 사심 없이 모두를 다 같이 떠받아 주고 있으니 어찌 하늘과 땅이 사사롭게 나만을 가난하게 하였겠는가? 도대체 누구일까 알아보는데 알 길이 없네. 그런데도 내가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으니, 운명일 따름이겠지."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의 작품



가난을 운명 탓으로 돌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지도 모르겠다. '팔자소관'이라는 것도 다 그런 류의 이야기니까. 

요렇게만 놓고 보면 참 허망한 운명론 같다. 하지만 오강남 선생의 해석은 '운명 탓하며 원망하는 종류의 운명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장마 비가 열흘이나 계속 내려 이 지경이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랴, 인간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려나?


이렇게 장자의 여섯번째 부분, '큰 스승' 편은 끝났다. 다음부터는 황제와 임금의 자격 즉 '응제왕(應帝王)'편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