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의 미래는 아리엘 샤론에게 달렸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철수가 시작된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자신이 건설했던 팔레스타인 영토 내의 유대인 마을들을 이제 스스로 부수는 입장이 됐다.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전쟁영웅에서 협상가로 변신한 샤론 총리의 운명을 건 도박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자해지
남북으로 길게 위치한 이스라엘 지도에는 두 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동쪽의 요르단강 서안과 서남쪽의 가자지구가 그 섬들이다. 이 섬들 안에는 또다른 섬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땅 안에 점점이 뿌려진 유대인 정착촌들이다.
이 땅의 지도를 이토록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샤론 총리(사진)였다. 80년대 주택건설부 장관 재직 시절 샤론 총리는 무력 점령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마을을 만드는 정책을 주도했다. 그리고 그 마을들을 잇는 `유대인들만의 도로'를 만들어 팔레스타인 땅을 갈갈이 찢고 분열의 벽을 세웠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원수'였지만, 그렇게 형성된 유대인마을 주민들에게 샤론 총리는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2000년 시작된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가 양쪽 모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자 샤론 총리는 자식이나 다름없는 정착촌 중 21곳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20여년간 살아온 마을을 떠나게 된 8000여명의 정착민들은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였으며, 11일 텔아비브에서는 10만명 이상이 모여 철수 반대 시위를 벌이며 격렬히 항의했다. 하지만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강제로 정착촌 문을 닫기로 한 샤론 총리는 철수과정을 감시-감독할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 측과 공동작전센터를 만들고 `공조'에 들어갔다. 이후 평화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고육책은 불가피하다는 것. 의회도 철수를 지지하고 있다.
11일 텔아비브에 모인 시위대
변신
2001년 샤론총리가 취임했을 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샤론 총리는 이스라엘에서는 `시나이의 영웅'으로 불리는 전쟁영웅 중 하나였다. 1967년 이집트와 전쟁을 치를 당시, 군 지도부의 만류에도 "승세를 몰아가야 한다"며 탱크를 몰고 가자지구를 지나 이집트 땅인 시나이반도로 진군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1982년 국방장관 재직당시에는 레바논 내전에 개입, 레바논 샤틸라 등지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2000여명의 학살을 유도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아이가 울면 "샤론이 온다"며 그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총리가 된 뒤에도 팔레스타인 인사들에 대한 표적살해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이스라엘 매파의 상징이 아니며, 오히려 강경파의 비난을 받는 `협상파'로 변신했다. 3년여 동안 팔레스타인인 3000명 가량을 테러범으로 몰아 사살했지만 이스라엘의 안보는 극단적으로 악화됐다. 유럽국들의 비판과 경제지원 중단 움직임, 각국에서 일고 있는 반유대주의 바람 등이 강경파 샤론을 협상파로 바꿔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박
"샤론 총리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파이낸셜타임스).
유대인 정착촌 철수는 이-팔 평화과정의 중대한 한걸음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총리 암살기도가 수차례 적발되는 등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보안기관 신베트는 지난 몇달간 극우파의 암살 음모를 수차례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셰 카차브 대통령이 샤론 총리 암살설을 경고하고 나섰을 정도다. 이스라엘에서는 95년 극우파들이 평화협상을 적극 추진했던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를 암살한 전례가 있다. 샤론총리는 정치생명을 모두 걸고 정착촌 철수를 강행하려 하고 있지만, `목숨을 건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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