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 Bound Together (2007)
나얀 찬다. 유인선 옮김. 모티브
칭찬해 주고픈 책이다. 이렇게 열심히 썼다는 자체만으로. 책 겉모양도 훌륭하고, 이 정도면 ‘고전’ 급은 아니어도 이것저것 묶어놓은(‘짜깁기’라고 하면 좀 비하하는 감이 있으니까 이런 표현으로 바꾼다) 책으로는 꽤 괜찮다.
목차를 보면 알수 있겠지만, 제목 그대로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려는 사람에겐 훌륭한 1차 교과서가 될 수 있겠다. 아니, ‘2차 도서’들을 안 읽고 그냥 이 한권으로 세계화의 기나긴 역사를 정리하고 만족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더욱 더 요긴할 것 같다(그러고 보니 요즘엔 세계화를 근대 이전으로 소급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유행인 것 같다).
1차, 2차 도서 운운한 것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정리요약본’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DNA의 이주경로를 살피고(브라이언 사이키스의 <이브의 일곱 딸들>과 루이 카발리-스포르차의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중세 유라시아의 무역상들의 행로와 부(富)의 이동을 개괄한 뒤(안드레 군더 프랑크 <리오리엔트>) ‘인도의 콜센터’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현장(토머스 프리드먼 <세계는 평평하다>)을 짚어간다.
중간 중간 세균 이야기(윌리엄 맥닐 <전염병의 세계사>와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도 나오고 무기 이야기도 나오고, 사회문화적 측면도 간간이 짚어준다. 읽기 지루하지도 않고 분량도 ‘적당히 방대하면서 적당히 요약본인’ 수준이니까 참 좋다.
그런데 굳이 저렇게 내가 괄호 열고 내가 읽은 책들 이름을 넣어가며 잘난 척을 한 것은, 저 괄호 속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겐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기 언급한 책들을 읽고나서는, 그 뒤에 읽은 책들 상당수가 재미 없어져버렸다. 돌고 도는 참고문헌의 목록이 이젠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잘 정리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겐 별로 뼈다귀를 건질 게 없는 책이 돼버렸다. 내용이 참신하면 뼈다귀를 건지고 사례가 방대하면 살붙이들을 건지는데, 이 책은 정리요약본이니 반찬거리도 많이 건지진 못했다. 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나는 그랬다는 얘기다.
목차
1장 기원-아프리카 인
DNA로 인류의 이주 경로를 재구성하다/아프리카 인 이브와 아담/오스트레일리아행 급행열차/홍해에서의 저녁식사/나의 아프리카 인 증조할아버지/중국 황제의 검은 어머니/인류의 아메리카 도착/기후에 따른 피부색과 체형의 변화/무화과나무의 뿌리/새로운 이주/무역 커넥션/제국의 공세/선교의 사명감
2장 낙타 대상에서 전자 상거래까지
우리는 언제 더 큰 집에 살게 되나요?/사막의 배/달콤한 포도주, 말린 무화과, 학자들/무임 승차로 인도양을 건너다/이탈리아에서 온 차갑고 향기로운 포도주/아랍의 삼각돛대와 중국의 러더/말라바르 해안의 유대 인 무역상/베네치아의 목을 죄는 멜라카의 손/“그대는 악마에 사로잡혔구나,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금화에서 페이팰까지/은, 섬유, 향신료의 삼각 무역 체계/점토판에서 인터넷으로/멜라카에서 멤피스로/우리 시대의 계절풍
3장 월드 인사이드
목화가 화폐보다 더 현금 가치가 있다/인도산 면직물이 유럽에서 대유행하다/목화 왕과 아프리카 노예들/불 태워, 태워버리라고!/상품 공급망과 노동 착취형 공장/기운이 나는 아랍의 검은 음료/커피 문화를 즐기는 곳, 커피하우스/커피콩은 사랑을 싣고/굶주림을 잠재우는 살인자/커피와 MP3와 인터넷을 한 곳에서 즐기다/영의 개념이 성립하기까지/탈레스의 호박/콜로서스에서 마이크로칩으로
4장 선교사의 세계
신앙과 함께 여행하라/황금을 찾아서/부처의 발자취를 따라서/비단 무역/나사렛의 목수/선교 포도/아프리카에 ‘하느님의 고속도로’를 개통하다/아랍 어로 꾸란을 들으라/아시아로 확산된 성전/모든 길은 메카로 통한다/“악마의 자식이여, 펄펄 끓는 물에 익어버려라!”/“어둠을 욕하기보다 촛불 하나를 밝히는 것이 낫다”/지구적 각성의 고속화
5장 움직이는 세계
한노 장군과 하마/기린을 본국으로 실어가며/마르코 폴로는 중국에 갔을까?/마르코 폴로보다 앞선 스페인 랍비의 여행/이븐바투타의 중국과 아프리카 여행기/신세계로, 신세계로/필리핀 마카탄 섬에서 최후를 맞은 마젤란/통치는 곧 거주민을 늘리는 것/노예, 쿨리, 나리/카리브 해로 가는 영구선/구세계로 향하는 노동 이민/이민의 속도: 세비야에서 사이공까지
6장 제국의 형성
세계 제국 건설의 꿈/우상 숭배자를 죽이라/아프리카의 매혹/몽골 인의 자손들/정복과 식민/언어의 거미줄/신의 도구로서의 제국/제국의 법/몽골의 선물: 바지와 현악기의 줄/중국의 화약, 페르시아의 공학/한국인, 매운 김치를 얻다/노아의 방주/빅토리아 여왕의 세계 케이블
7장 노예, 세균, 트로이 목마
유러피언 드림/가장 오래된 무역/노예: 병사, 노동자, 말동무/노예-설탕 복합체/아시아와 신세계의 연결/산업 혁명의 영향력/저 먼 곳의 보이지 않는 위험/죽음의 고속도로/검역의 탄생/군인, 증기선, 스페인독감/국경 없는 질병/바이러스 사냥꾼/러브 바이러스/제로데이 바이러스의 등장/인터넷 범죄 시장
8장 세계화: 실체 없이 요란한 유행어에서 저주의 말이 되기까지
스푸트니크와 국제사면위원회/세계화가 보호무역주의를 의미했던 시절/국제 무역은 과거요, 세계화가 미래다/블랙 먼데이/세계로! 세계로!/세계화가 가져온 ‘대나무 효과’/WTO는 죽음이다, WTO를 죽여라/세계사회포럼의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반세계화에서 대안 세계화로/아웃소싱의 위협
9장 누가 세계화를 두려워하는가?
무역이 초래한 문제들/추락/일등석으로 여행하는 암소와 빅맥/장거리 오염/부조리극/해고 통지서와 월마트/일자리 도둑들의 침입/저임금, 고대역폭/살찐 고양이와 미용사의 국가/폴란드의 배관공의 망령/전체 화면에서 바라본 승자와 패자/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진보는 가능한가
10장 우리 앞의 길
빈곤에서 벗어난 많은 사람들/고삐 풀린 자본, 실직한 노동자/부자들을 위한 파티/세계적인 전염병의 검은 구름/문제 많은 제국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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