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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딸기21 2008. 4.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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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돌베개.



‘먹거리 국면’이 곧 들이닥칠 거라는 사실도 모른 채 미국 출장 도중 읽을 책 중 하나로 이걸 골라갔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국내에도 여럿 나와 있지만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재미난 주제를 잘 잡는 것 같다.

AI란 것이 지금 유행하는 H5N1 바이러스형 뿐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고 또 역사도 오래됐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H5N1형이 퍼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정리가 잘 돼있다.

출판사 쪽이 제법 머리가 좋은 모양이다. ‘조류독감’이라고만 하면 안 팔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말을 제목에 덧붙였다. 하지만 원제는 ‘우리 문앞의 괴물: 조류독감의 지구적 위협’ 정도로만 돼있다. 한국어판 부제는 약간의 과대포장이라고 봐야 할듯. AI와 가금류 대량생산의 메커니즘이 곧바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너무 포괄적이고 비약적인 연결이랄까. 광우병과 대량생산의 연결고리와 달리, AI와 대량생산의 연결고리는 약하기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친다면 ‘모든 질병은 세계화의 산물’이라는 극히 일반적인(그래서 별반 도움도 안 되는) 얘기가 되고 말 것 같다.


실제 본문에는 AI의 확산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그리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은 AI 백신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부족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라, 뒷부분 태반은 읽으나마나 했던 셈이 됐다. 그리고 AI의 위험성에 대해선 과장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다. AI로 지구상 10억 이상의 인구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근거는 ‘외삽법으로 추산했을 때’라고만 되어있으니 이것은 숫자 장난이 되기 쉽다.  

너무 드라마틱하게 쓰려고 애쓴 탓에 오히려 못 미더워 보인 구석이 있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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