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에 심층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인 감지기와 작동기가 있다. 윤리는 이 근원에서 나와 본능으로 진화했다. 이 생각이 옳다면, 과학은 머지않아 인간 가치의 바로 그러한 기원과 의미를 조사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도출해낸 가치들로부터 모든 윤리적 발언과 다양한 정치적 실천이 흘러나오게 될 것이다.(28쪽)
과학의 과제는 정신의 진화사를 재구성하여, 그 프로그램 속에 짜여져 있는 속박의 치밀성을 측정하여 뇌에서 그것의 원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 속박의 중요성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문화적 진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논리적 보완책이 될 것이다.
감지기와 작동기 중 어느 쪽이 복종해야 하며, 어느쪽이 축소 또는 승화되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인간성의 진정한 핵심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이 지침들이다. 우리를 전자계산기와 구별해주는 것도 정신이 고결하다는 믿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지침들이다. 미래의 어느 때가 되면 우리는 이런 궁극적이자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원하는 인간형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려받은 다양한 감정의 지침들 중에서 의식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운명을 도표화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물학적 <특성>에 바탕을 둔 자동제어로부터, 생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정교한 조종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30쪽)
▷공포증은 유년기에 가장 흔히 발생하며, 매우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색채를 띠며, 없애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점은 공포증이 대개 뱀, 거미, 쥐, 고독, 폐쇄 공간 같이 우리 고대 환경에서 위협을 주었던 것에 의해 환기되는 데 반해, 칼 총 전기기기 같은 현대의 인공물에 의해서는 거의 야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07쪽)
▷ 시지프스식으로 조합되는 유전자들은 아마 집단 전체에 퍼져있을 것이다. 이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전체 유전자 풀의 보전을 잠정적인 기본 가치로 생각해도 무한하다. 인간 유전에 관한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광대한 지식이 우리에게 민주적으로 설계된 우생학적 대안을 제공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보편적 인권은 세 번째 기본 가치로 간주하는 편이 적절할지 모른다. 이런 생각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로 최근의 유럽-미국 문명의 발명품이다. 나는 보편적 인권이 신의 명령이나 미지의 초월적 근원에서 유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그것에 기본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회는 포유동물적 계획에 토대를 두고 있다. 고도 기술사회에서는 권력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이 포유동물적 명령(번식)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따를 것이다. 즉 장기적인 불평등이 가져올 결과는 언제나 일시적인 혜택에 비해 위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보편적 인권 운동의 참된 이유이고, 문화가 어떻게 이를 합리화하든 간에 결국은 그 근원적인 생물학적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가치의 추구는 유전자 적합성이라는 공리주의적 계산법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273쪽)
▷ 인류는 세 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정신적 딜레마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조만간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토대에 관한 많은 지식이 축적될 것이고, 유전공학과 복제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를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적어도 완만한 진화적 변화는 기존의 우생학을 통해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인간 종은 자신의 본성을 바꿀 수 있다. 인간 종은 무엇을 선택할까?
진정한 프로메테우스적 과학정신은 인간에게 물리적 환경을 지배할 몇 가지 수단과 지식을 줌으로써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단게, 새로운 시대에 그것은 또 과학적 유물론의 신화를 구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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