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2006)
칼 세이건(지은이) | 임지원(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6-08-11
부제가 그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줄거리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에 ‘마음의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진짜로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유전자와 뇌를 연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신의 선물,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머무는 대신 현대의 인간들은 인간의 마음, 지성이 우리 뇌의 어딘가에서 나온다는 것을 받아들여가고 있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 아니어서, 아직도 미신이나 창조론이나 그런 것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이건 박사님은 옛사람들이 생각한 마음과 정신의 위치를 쭉 돌아본 뒤 우리가 언젠가는 마음이 있는 자리를 발견할 것이라면서, 특유의 ‘온건한 낙관론’을 펼친다.
세이건의 문체는, 환원주의자로 비난받았던 에드워드 윌슨이나 ‘악마의 사도’들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리처드 도킨스의 어조와는 아주 다르다. 나는 이 사람들의 글을 다 좋아하지만, 세이건 박사님의 겸손하고 다정다감한 말투는 정말 너무 좋다. SF 작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알고 보니 신과 통하는 초월적 정신이 존재할지 그 누가 알리오. 세이건 박사님은 사이비종교와 미신과 그 모든 우스꽝스러운 것들을 경계하되 과학을 지팡이 삼아 무지한 군중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대신 손을 붙잡고 빛의 길로 이끌려하는, 그런 사람 같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당시 발견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타조가 기린과 모기 비슷한 곤충인 각다귀 간의 잡종 교배의 결과물일 거라고 말했다.” (33쪽)
타조는 기린과 모기의 잡종이라니, 강희제가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를 보고 ‘코끼리만한 쥐’라고 했다는 얘기 이래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참신한 생물학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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