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3일(이하 현지시간) 경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의 시위와 충돌을 막기 위해 보안군과 경찰 3만명을 배치, 방어작전에 들어갔으며 네게브 등지의 일부 정착촌에 유대인 주민 지도자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서는 지난 2일 저녁 2만5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정착촌 철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자지구 강제철수에 항의하기 위한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봉쇄로 행진은 무산됐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지난 2월 아리엘 샤론 총리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회담에서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를 약속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샤론 총리는 1980년대 주택장관 재직 시절 무력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 이스라엘인들을 이주시키는 일종의 `식민정책'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 인티파다, 즉 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유혈충돌이 계속되자 결국 정착촌 철수를 결정했다. 이스라엘 정치권 내에서는 빼앗은 땅을 돌려주는 이같은 고육책이 평화협상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20년 가까이 살아온 지역에서 물러설 처지가 된 유대인 정착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샤론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가자지구 안에 있는 정착촌 21곳과 요르단강 서안 내 4곳을 봉쇄하고 주민들을 강제 철수시킬 예정이다. 서안의 다른 정착촌들은 다음달 4일부터 철수에 들어간다. 정부는 소개된 유대인 주민들을 네게브와 갈릴리 등지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정착촌 철수를 지원해달라며 미국에 22억 달러의 특별원조까지 요청해놨다.
이스라엘 경찰이 3일 남부 오파킴에서 열린 가자지구 철수반대 시위장에서
시위대의 행진을 막기 위해 봉쇄작전을 벌이고 있다. [AP]
'다윗의 별'이 선명한, 이스라엘 국기를 머리에 두른 시위장의 유대인 소녀.
언제 어디가 되었건 저런 자리에 나와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처연하다.
이스라엘 정부가 하는 짓은 나쁘지만, 이스라엘 '본토'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끼어들어와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욕할 수만은 없다.
국민을 통채로 두 계급으로 나눠 가난한 이들에게 반아랍 감정과 증오심
주입하며 정치생명을 유지해가는 세력들이 나쁠 뿐이다. [AP]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강제철수 모의훈련을 하는 이스라엘 경찰들. [로이터]
◆ 예루살렘 체류중인 최창모교수 인터뷰
"이스라엘 거리는 온통 오렌지 리본의 물결이다.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는 아마도 전투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작전'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 전문가로 예루살렘에 체류중인 건국대 히브리학과 최창모 교수(49/사진)는 이스라엘 도시들마다 `철수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의 물결이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3일 최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이스라엘에서 2만5000명이 결집한 시위까지 벌어졌다고 하는데.
"거리는 온통 오렌지 리본의 물결이다. 정착촌 철수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은 오렌지색 리본을 손목이나 자동차에 달고 다니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있다. 일부 시온주의자들은 가자지구에 불법 잠입해 철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착민들의 반발은 실제 어느 정도인가.
"정착촌 철수는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 대규모 기습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시위 때마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강제 철수는 아마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군인들과 정착민들 간 `전쟁'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샤론 총리가 내부 반발을 무릅쓰면서 정착촌 철수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결정은 향후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육책이다. 특히 샤론총리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세력화인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압바스 수반에 힘을 실어줘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대인 철수를 요구해온 팔레스타인 쪽 반응은.
"물론 유대 정착민 철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정착촌 철수를 이유로 이스라엘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서는 못마땅해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으로 지어진 유대인 정착촌이 다시 미국의 지원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가자지구에서 유대인들이 살던 집을 모두 폭파하기로 했는데, 이는 상호 불신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넘겨줄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대인들이 철수하면서 폭탄이라도 숨겨놓지 않을까 우려한다."
-앞으로의 평화협상에 미칠 영향은.
"정착촌 철수가 샤론총리와 압바스 수반의 상호 정치적 이익에 기반을 두고 추진되는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제는 유대인 정착민 철수 이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들의 여행 자유화, 특히 라말라 등 고립되어 있는 요르단 서안지구에 사는 가족들과의 자유로운 왕래 등 후속조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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