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아내가 결혼했다- 나를 위한 소설

딸기21 2006. 11. 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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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은이) | 문이당 | 2006-03-15



이건 딱 나를 위한 책이네, 이러면서 증말 잼나게 봤다. 이 소설 이야기는 진작에 들었고, 심지어 어떤 이는 “딱 너를 위한 책”이라며 내게 권해주기도 했었다. 문학성 작품성 기타등등 무슨무슨 평가기준 막론하고, 암튼 이 책이 적어도 어떤 부분에선 ‘나를 위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축구 말이다. 


이 책에는 나처럼 한때 유럽축구에 버닝했던, 혹은 지금도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깔려있다.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결승 골을 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경애하는 바티님의 전설에 감동하지 않을 자 누가 있으리. 어떤 이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그린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FC 바르셀로나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동경한다. 


01-02 시즌 말부터 02-03, 02-04 시즌과 유로2004는 내가 초절정 광분모드에서 버닝 또 버닝해가며 보았기 때문에 특히나 이 책의 모든 구절들이 주옥같았다. 피구가 마드리드로 옮겨간뒤 첫 번째 엘 클라시코에는 나오지 않았고, 그 다음 클라시코에선 위스키병에 마네킹까지 집어던지는 바르샤 팬들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었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피구가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에 떨어진 ‘무기’들을 집어내던 장면이 눈 앞에 생생하다. 벌써 지지난 시즌이었나, 불세출의 영웅이자 이번 월컵 불운의 스타 호나우지뉴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바르샤가 무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마드리드를 3대빵으로 깨고 기립박수를 받았었지. 


아내와 남편은 축구 팬이고, 아내는 또 한번 결혼했고, 그들은 다같이 어딘가로 떠난단다. 발상은 참신하고 줄거리는 재미있고 묘사는 흥미진진한데 읽고나니 허탈하고 감동이 없다. 


하지만 말이다.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독일 축구의 저력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것이 브라질 축구라면, 경기 내용에선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고 마는 것이 스페인 축구이고, 경기 내용에서는 밀리더라도 결국 승부에서는 이기는 것이 독일 축구이다. 이탈리아는?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여간해서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 단점이라면 여간해서는 끝까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라면 스페인식 축구에 아르헨티나도 보태고 싶다. 저 구절에 ‘맞아, 맞아’를 외치는 사람에게라면 이 소설은 강추! 이 책을 놓고 품평회를 하다가 누군가가 그랬다. 형식만 있고 내용이 딸린다고. ‘내 이름은 빨강’ 같은 형식적 실험과 내용이 겹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고. 그랬다면 그건 노벨문학상 아닌가. 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기대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문학성과 상관없이’ 책은 내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