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칼럼

[아침을 열며] 안철수, 최중경, 아인슈타인

딸기21 2011. 11. 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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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참 대단하다. 돈을 1500억원이나 벌었다는 것도, 그걸 내놓겠다는 것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의 기부를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재산 사회환원은 주로 ‘꼼수’ 부릴 일이 생긴 사람들이 하는 일, 궁지에 몰린 이들이 면피용으로 던지는 말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안 원장에게도 ‘혹시 딴생각 있는 거 아냐’ 하는 의구심이 쏠린다.
이해는 된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재단 일에 매달린다고 했을 때 미국 일부 언론들도 ‘등떼밀려 털고 나온 것’이라는 둥의 보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기부를 했다가 오히려 위신 깎인 사람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갑부 알 왈리드 왕자는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피해자 구호기금을 내놨다가 미국인들의 거부감만 샀다.아시아 최고부자로 군림했던 홍콩의 리카싱(李嘉誠)은 한 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놨다가 이 대학이 의과대학 이름을 ‘리카싱 대학’으로 바꾸는 바람에 오히려 구설에 올랐다.
 
국내에선 기부에 관심이 적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회환원’이란 말이 몹시 오염돼 있다. 과연 저것이 환원인가 의심스러운 재단설립, 처벌받아 마땅한 재벌들의 면피성 기부약속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퇴임하는 마당에 안 원장의 재산 환원을 가리켜 한 말들은 심했다. 아니, 우스웠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안철수는 과학이나 하라, 기부는 왜 하나,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통령 되겠다는 꼴이다”라는 것이었다.

내가 신문기사에서 최중경씨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지난 5월의 어떤 발언 때문이다. 최씨는 그때 유성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자 “연봉 7000만원 받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비난했다. 7000만원 연봉이라는 ‘팩트’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빗발쳤을 뿐 아니라, 장관의 인식수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돈 많이 받는 사람은 노동조건 개선하려고 나서면 안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데 돈 많은 안 원장이 기부한다고 하니 이번엔 “그 1500억원은 자기가 가져도 된다”며 “왜 그러고 있나”라고 했다. 황당하다. 그가 생각하는 ‘돈 많은 사람의 올바른 처신’은 대체 뭘까?

‘7000만원 연봉’ 발언을 보며 하도 궁금해서 최중경이라는 이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해봤다. 재산이 국무위원 중 가장 많았다. 신고된 액수가 29억원이고 장관 연봉이 1억원 안팎이었으니 안 원장에 비할 규모는 아니지만, 부모 잃은 어느 삼남매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런 사람이 남의 재산 환원을 욕하면서 “그 돈 그냥 가지라”고 한다.
사람은 아무리 위선을 하려 애써도 자신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이 정권 인사들은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청문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사회환원은커녕 사회의 재산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숱하게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남을 모욕한다.한나라당에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검증론’이 나오자 누리꾼들은 “시궁창이 수돗물더러 검증하자 하는 격”이라고 했다. 투기의혹을 받은 사람이 안 원장의 재산 환원을 트집잡는 걸 보니 우습다 못해 신기하다.


 
 
그리고, 아마도 잘 모르는 모양인데, 아인슈타인도 재산을 기부했다.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었지만 친필원고들을 비롯해 지적재산권을 모두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에 넘겼다.
이 대학은 지금도 아인슈타인 덕에 매년 1000만달러씩 벌어들인다. 아인슈타인 아들의 양녀가 대학을 상대로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했고, 가난하게 살다가 지난 4월 세상을 떴다. 아인슈타인에 대해서나 잘 알고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인슈타인더러 “기부는 왜 하나, 자기가 갖지, 이스라엘 대통령 하려는 건가” 하고 비아냥거린 사람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뭐라든, 안 원장에게 어떤 동기가 있든, 기부는 좋은 일이다.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안철수 효과’에 자극받은 듯 사회기여를 검토한다고 한다. 정부가 쫓아가려고 애쓰는 미국에서도 정보기술 분야 젊은 갑부들의 재산 기부가 두드러지는데, 우리도 그런 멋있는 부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광고에서 보았는데, 1만달러만 있으면 캄보디아에 학교를 하나 지을 수 있단다.나는 월급쟁이이고 연봉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내 수준에서도 내놓을 수 있는 재산은 있다. 그래서 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학교 한 채를 지어주는 걸 나의 ‘사회환원’ 목표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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