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무지개곰

딸기21 2006. 6. 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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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듀이에서 나온 트루북 테마동화라는 20권짜리 유아용 그림책 시리즈를 샀다. 어린이 책시장이라는 것이 워낙 왜곡돼 있어서, 제법 큰 시장(한국 출판계에선 어쩌면 가장 큰 시장인지도 모르겠다)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라든가 제품의 질 같은 것이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몇십만원씩 정가를 붙여놓고 그 몇분의 1로 후려쳐서 판다거나, 아직도 일본 책들 그대로 베껴다 판다거나 하는 것들. 너무나도 한국적인 ‘책 돌려가며 애 잡기’ 독서풍토도 맘에 안 들고 말이다. 

암튼 충동적으로 주문한 책이 지난 토요일에 도착했다. 전혀 사전 지식 없이, 그림이 꽤 이뻐보이는데다가 값이 싸길래 주문을 했는데 예상밖의 보물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 보석같은 책, 마이클 모퍼고라는 영국 작가가 쓰고 마이클 포먼이라는 화가가 그린 ‘무지개 곰’
 




나는 곰이야, 흰 곰이야, 눈 곰이야, 나는 눈덮인 흰 벌판을 두루 돌아다니지. 
어느날 나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쫓아갔어. 무지개를 잡을 순 없었지만, 
무지개 끝에 서서 소원을 빌었지. 나도 알록달록 무지개곰이 되게 해달라고. 
무지개곰이 된 나는 동물원으로 끌려갔어. 창살 너머 흰 벌판을 달리고 싶어. 


흰곰은 무지개곰이 되는 소원을 이룬 대신에 자유를 잃는 비싼 대가를 치른다. 결말에 가선 다시 흰곰으로 돌아오지만. 나비의 꿈 대신 곰의 꿈, 무지개 꿈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먼저 곰 생각을 하고, 추운 나라 생각을 하고, 꿈 생각을 했다.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내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인데, 책 속의 곰은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날마다,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값을 치르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 아닌가. 거창하게 말하면 그것이 인생이다. 무지개를 좇다가, 잡았는가 했더니 사실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커가는 것. 그러니 무지개를 사랑한 걸 아파할 수는 있어도 피해갈 수는 없지. 난 내 딸이 무지개를 사랑하면서, 넘어져 다치면서, 후회하지 않고 언제나 무지개를 좇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제법 복잡한 책 내용을 아이가 이해할까? 책에는 아직 큰 관심 없고 엄마가 책 잘 읽어주나 못 읽어주나 하는 것에 주로 신경을 쓰는 아이가 이 책을 보고는 한눈에 가버렸다. 아직 넘겨보지도 않은 다른 책들이 많은데 무지개곰만 더 읽어달라고,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여러번 읽어달라고 조른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꾸민 아이방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 낮잠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또 읽고. 아이가 잠드는 것 같아 책을 내려놓으니 책 줄거리를 얘기로 해달란다. 그래서 또 말로 되풀이해줬다.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은 시리즈로만 파는지 낱권으로는 검색이 안 된다. 그 대신 마이클 모퍼고와 마이클 포먼 콤비가 만든 다른 책이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무지개곰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오디오북으로 만든 것도 있다. 사보고 싶기도 한데, 영어로만 되어있어서 일단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