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몇 년 전 내가 일 때문에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을 좀 찾아서 읽어봐야지, 했을 때만 해도 관련서적이 많지가 않았다. 외대 아랍어과에서 나온 책들 몇권과 버나드 루이스의 ‘중동의 역사’ 뭐 그런 정도였기 때문에 아주 고파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2001년에 9·11 테러가 나니깐 우르르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데, 옛날 책이 새 책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암튼 좀 우스웠다. 노엄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이 그 거지같은 번역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엄청 올라가는 ‘사고’까지 있었으니 말 다했지. 3년 전 이라크 전쟁 때에는 ‘이라크’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1991 걸프전 뒤에 쓰인 책이 최근 것처럼 출간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중동 전문가들이 그렇게 ‘대접’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언론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은 외대 아랍어과가 아닌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의 이희수교수였다. (나는 외대 아랍어과랑 아무 이해관계 없음;;) 국내에서도 이슬람 책들이 몇권(이 아니고 많이) 나왔는데 개론서로 많이 팔린 것이 이교수의 ‘이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그런 종류의 개설서를 외대 아랍어과 버전으로 읽은 적 있어서 ‘이슬람’은 그냥 목차만 훑어봤는데, 목차는 외대 버전과 거의 똑같았다.
이교수님은 (물론 직접 아는 분은 아닙니다만;;) 글도 잘 쓰고 시각도 좋고 한 것 같은데, 언론에서 갑자기 대접받고 하다보니깐 자기 페이스를 좀 벗어난 것 같다. 특히 터키에 대한 책을 보면 책 속에 이교수 본인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여행 정보는 전혀 안 되고, 그냥 저자의 에세이로 보면 될 것 같다. 아주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질적인 여행 정보가 담긴 것도 아니다. 기대 많이 안 하고 보면 꽤 괜찮은 책일 수도 있고, 동시에 그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분이 무슬림이고 터키 전공인데 아랍에 대해서도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신문 보면서 넘어가지만, 이란을 전공한 분이나 터키 전공한 분이 아랍에 대해 기고하는 것 보면 아는 사람들은 얼굴 찡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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