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그리스 '긴축안 국민투표로 결정'

딸기21 2011. 11. 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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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긴축재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하네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유럽연합이 제안한 2차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찬반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1일 발표했습니다.
문제의 구제금융안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에 간신히 합의를 봐서 내놓은 겁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려 있는 그리스에 1000억 유로(약 154조원)을 지원해주되, 그리스 정부가 허리띠를 완전히 졸라매게끔 하는 내용의 구제금융안입니다.
우리도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생각하면 상상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정부가 경기부양을 못하고, 공공부문을 일제히 구조조정하면서 외국 자본에 매각하고, 복지혜택은 왕창 축소하게 되겠죠.

국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그리스 국민의 60%가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스 내년 실업률이 20%에 이를 걸로 전망됩니다.
재작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은행들 구제해주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쳤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부양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고요.
그리스에 대해서는 유럽의 조치가 가혹합니다. 그리스에서 지금 2년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국민들은 유럽 강국들이 내놓은 긴축안은 곧 생명줄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돈을 꾸려면 빌려주는 쪽 말을 듣고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스는 북유럽 국가들 같은 '복지국가'도 아니고, 정부가 예산을 펑펑 써서 지금 위기에 몰렸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경제규모가 작고 산업발달이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로존에 들어가 있다보니 환율게임을 할 수가 없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1980년대 3저1고 덕에 경제성장을 했다고들 하잖아요. 환율은 경제성장 과정에 있는 나라가 이용할 수 있는 무기 중의 하나인데, 그리스는 유로화를 도입해 유로존에 들어가있는 바람에 환율이라는 무기가 아예 사라져버렸습니다.
환율 차이를 이용해 수출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정부 재정만 쏟아붓다보니 결국 파산 위기를 맞은 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리스가 이 참에 유로존에서 탈퇴를 할 지 어떨지... 예측하기는 이릅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 유로화 이전의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나 케네스 로고프, 조지 소로스 같은 인사들은 그리스가 유로화에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로존 탈퇴로 가면 정말 대책없을 것 같고요. 일단은 구제금융을 받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까요.

파판드레우 총리는 2일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통해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국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로존에 남을 것이니, 너무 우리를 못살게 내몰지 말고 도와달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지금은 국민투표를 하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곡절 끝에 지난 10월 20일 의회는 2차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론을 수렴하려면 진작에 했어야지, 합의안 만들어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에서 파판드레우가 무리수를 던졌다는 겁니다. 집권 사회당에서 탈당하는 의원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집권 사회당 내에서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여서 국민투표를 과연 강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내무부는 이르면 올해 12월, 아니면 내년 1월에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만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된다면... 그리스 구제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죠. 내년 1월까지 유럽국들로부터 돈을 더 지원받지 못하면 그리스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Greek referendum may be brought forward to December: government /로이터

또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위기국가들 전부에게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얘기가 나오는데, 유럽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겠죠.

그리스 국민투표 회부에 대해 유럽국들은 경악스럽다는 표정입니다. 유로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그리스 구제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이 나라가 디폴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국민투표 부결시 “대책없는 디폴트로 유로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오늘 저녁 파판드레우 총리와 긴급 회동을 합니다. 사르코지가 주재하고, 헤르만 판 롬푀이 EU 상임의장,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이 참석합니다. 사르코지와 메르켈은 “EU 정상들이 결정한대로 그리스가 따라주는 게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면서 그리스를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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