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시발점이 된 그리스는 부채가 3400억유로다. 2009년 말 그리스 문제가 터져나오긴 했지만 실은 이미 그 전에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아이슬란드가 위기를 맞았었다. 그 뒤에는 사막의 마천루라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몰락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도가 유럽대륙에 본격 상륙하면서 첫 타격을 받은 나라가 그리스였다. 지난해 유로존 각국이 돈 모아 11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내줬다. 그리고 올 초에 다시 유럽국들이 비슷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하지만 추가로 빌려주기로 한 돈은 아직 그리스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리스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 구제금융이 진행중이니까 섣불리 말하긴 힘들지만, 예기치 못하게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BBC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혹은 유로존에서 나가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내 금융권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만일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까지 가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유로존 투자자들로까지 연쇄 위기가 이어진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지금 정크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09년 이래로 그리스 신용등급을 총 7차례 낮췄다. 그 결과 그리스는 A에서 CC로까지 내려갔다. CC는 디폴트 가능성이 있을 경우 매겨지는 등급이다. 무디스가 매긴 그리스 등급도 Ca로 대동소이하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142.80%)에 이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두번째로 높은(119.10%) 나라다. 1995년 국가신용등급이 트리플A를 찍은 뒤 조금 내려갔지만 얼마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S&P는 2011년 9월 A로 한단계 낮췄다. 무디스도 Aa2에서 A2로 10월 5일 또다시 강등했다. 그리고 2012년 들어 S&P 신용등급은 또 떨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 600억 유로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결국 구제금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럽 언론들 시각인 듯하다.
문제는 이탈리아를 구해줄 정도의 돈을 유로존 국가들이 조달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리스보다 상황이 나은 게 있다면, 이탈리아 정부부채의 채권자들 중 이탈리아 국민들 비중이 높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수가 없는 게, 새로 빚을 낼 방법이 없으면 허리띠 졸라매는 정도로는 기존 빚을 갚지 못한 채 부도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 이탈리아의 장기국채 금리는 6% 수준이다. 위험성 때문에 국채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자꾸 이율이 올라가는 거다. 하지만 6%대라면 거의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금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이자를 줘가면서 국채를 파는 건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선 지속불가능한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스페인
(2012/1/13) S&P, 스페인 신용등급 A로 강등.
스페인은 부동산 버블이 꺼진 것이 위기의 요인이었다. 2008년~2009년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와 유사한 과정이 스페인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또한 스페인은 지난해 공식 실업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유로존 안에서 고용사정이 가장 좋지 않다.
스페인은 2009년 이후 3차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S&P는 이탈리아보다는 높은 AA를 매겼다가 2011년 10월 13일 AA-로 다시 낮췄다. 무디스 등급은 Aa2다.
S&P Axes Spain's Credit Rating On Heightened Risks To Growth /포브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생기는 문제는, 주변국들이 구제금융을 조달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각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이 국채를 발행하는 거다. 그런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조달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경제대국들이 그리스나 포르투갈에는 구제금융을 해주기로 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경제규모가 작고 당장 막아야 할 빚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엄두를 못 낸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국채를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국채 금리를 낮추는 쪽으로 개입하려고 하고 있다.
프랑스
"Today's rating actions are primarily driven by our assessment that the policy initiatives that have been taken by European policymakers in recent weeks may be insufficient to fully address ongoing systemic stresses in the Eurozone," S&P said in a statement.
The downgrading of Europe /BBC
프랑스는 공공부채나 재정부문이 다소 방만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민간 금융권이 부실해지면서 위기에 놓였다.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에 많이 묶이면서 덩달아 추락하기 시작한 것. 무디스는 프랑스 주요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과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두 은행은 그리스에 대출을 많이 해줬다가 등급이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 두 은행들은 반년 새 주가가 3분의1로 떨어졌다. 또다른 대형은행 BNP도 등급은 그대로지만 주가가 반토막 났다. 프랑스 정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3년 안에 450억유로의 재정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2011/10/14)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위기를 이미 겪었다. 세계의 모범 성장 국가에서 천덕꾸러기로 삽시간에 전락했다. 2009년 위기 이후 IMF로부터 8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정부는 부실에 빠진 거대 은행들을 사들여 구조조정하고 정상화시키느라 700억 유로를 썼다.
그리고 IMF의 요구에 따라 이 나라 역사상 가장 가혹한 예산감축 조치에 돌입했다. IMF는 일단 아일랜드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평가다. 하지만 2001년 트리플A였던 국가신용등급은 2009년 이후로 BBB+(S&P), Ba1(무디스)으로 떨어진 상태다.
포르투갈
(2012/1/13) S&P 신용등급은 BBB-에서 BB로 강등.
2009년 이후 아일랜드, 그리스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규모는 780억유로였다. 금융위기로 정권이 바뀌었고, 고통 속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2011년까지 S&P 기준 BBB-, 무디스 기준으로는 Ba2였으나 2012년 들어 다시 강등됐다.
오스트리아
(2012/1/13) S&P 신용등급은 AAA에서 AA+로 강등.
오스트리아는 2011년까지만 해도 최상위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2년 들어 유로존 위기가 더욱 악화되면서 등급이 내려갔다.
기타
(2012/1/13) S&P 신용등급 하락
몰타 A에서 A-로
키프러스 BBB-에서 BB+로
슬로바키아 A+에서 A로
슬로베니아 AA-에서 A+로
독일
BBC 분석에서 독일의 문제점은 “주변국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으로 지적됐다. 말 그대로다. 옆집이 부도날까봐 계속 돈 빌려줘야 하는 처지다. 그리스 1, 2차 구제금융에서도 독일이 제일 큰 몫을 맡고 있는데, 앞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에까지 빚 내줘야 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독일이 얼마나 더 받쳐줄 수 있을까?
영국
프랑스가 그리스에 물렸듯, 영국 은행들은 아일랜드 빚에 물려 부실화되고 있다. 보수-자민 연정은 2차 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는 영국 국채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대상 중의 하나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10.3%로까지 올라가, 유럽에서 그리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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