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푸틴 중국방문... '상왕의 복귀'

딸기21 2011. 10.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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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중국에 갔네요.

11일 낮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이틀간의 중국 방문 일정입니다. 오늘내일 베이징에서 중국 측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지도부를 차례로 만난다고 합니다.

푸틴이 내년 대선에서 다시 크렘린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 간 만남이라고 봐야겠네요. 분위기는 아주 좋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은 후 지난 15년 동안 양국이 믿음과 공동번영에 기초해 계속 관계를 격상시켜왔다”면서 “지금 양국은 역사상 사이가 가장 좋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좋은 적은 없었다”는 얘기로군요.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사실 살짝 삐걱거리기도 했는데, 최근 리비아 공습 문제라든가 중동민주화혁명에 대한 대응 등을 놓고 유엔에서 두 나라가 보조를 맞추면서 다시 죽이 잘맞는 분위기입니다.


원자바오(왼쪽) 중국 총리와 함께 사열을 받는 푸틴(오른쪽). /로이터

 



푸틴이 베이징에서 중국 측하고 논의할 의제는 경제협력·투자확대, 신기술분야협력 등 주로 경협과 관련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를 의제에 올려놓고 의견을 나눈다고 하니, 아마도 중동 문제 등 여러가지가 논의되겠죠. 북한 핵문제라든가 한반도 이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전망이 없는 걸로 보아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군요. 

푸틴이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 대표를 비롯해 경제관련 인사들로 구성된 수행단 160명을 이끌고 방문했다고 하니 경제협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듯합니다. 두 나라는 서로 관계를 강화할 분명한 이유가 있죠. 과거엔 옛소련이 기술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고, 러시아는 1차산품인 에너지자원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아마 러시아의 대중국 에너지공급과, 중국의 러시아 투자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에너지가격을 놓고서는 물밑에서 힘겨루기도 세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 문제가 이슈입니다. 러시아는 연간 680억입방미터 분량의 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본사항에만 합의했을 뿐, 가격을 놓고 서로 셈이 달라 몇년째 협상이 공전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둘이 서로 친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말대로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습니다.

Russia's Putin starts China visit shadowed by gas deal /로이터 

The tortuous gas negotiations have been a reminder that, despite frequent professions of brotherly goodwill between Moscow and Beijing, relations are held back by mutual distrust, especially on the Russian side, extending back to the Cold War, when border disputes almost erupted in full-fledged war.


그 가격협상만 타결되면 양국관계가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푸틴과 함께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아래 사진)가 베이징에 왔는데요.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만나서 협상한다고 합니다.


세친 부총리는 푸틴의 최측근입니다. 원래는 푸틴처럼 정보기구 출신인데, 푸틴 밑에서 에너지분야에 많이 개입을 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푸틴 밑에서 가스회사 가스프롬 이사회장 겸 부총리를 하면서 대통령이 됐는데, 세친 부총리는 2004년부터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JSC로스네프트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푸틴의 독특한 '에너지 통치구조'인 셈인데요. 

2008년 러시아 내 유전개발권을 BP와 협상할 때도 세친이 나섰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하고 2008년 핵협력 협정을 논의하는 것도 세친이 맡았습니다. 2009년 쿠바하고 멕시코만 심해 시추 협상할 때도 세친이 나섰으니, 에너지 관련된 민감하고 굵직한 협상들은 다 주도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푸틴이 크렘린 복귀를 선언하고 중국을 간 것이니, 이번에 아마도 성과를 내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딱 떨어지는 결과를 내놓기는 힘들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군요. 

러시아라는 나라... 한번도 가본 적 없고 러시아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들려오는 얘기들로만 보면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그러면서도 냉혹한 -_-)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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