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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금융거래세 논의에 불을 붙였군요.
그런데 2008년 위기 뒤 회복되는 줄 알았던 금융시장은 착각이었음이 얼마전 금융패닉을 통해 다 드러났죠. 또다시 버블이 끼고 각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돈놓고 돈먹는 투자자들 손실을 채워주고 있었다는 얘기인데요(이를 빌미로 미국에선 공화당 중심으로 경기부양 예산을 당장 줄이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던 것이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16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에서 금융거래세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열리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때 금융거래세 도입을 독·프 양국 공동제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Merkel and Sarkozy push for greater European co-operation /가디언
Angela Merkel and Nicolas Sarkozy are urging greater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 /AP
(1995년에는 독일 괴테대학의 파울 베른트 슈판이라는 경제학자가 이를 조금 변화시킨 '슈판 세'라는 걸 제안하기도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제가 무지해서 생략...)
금융거래세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누르고 스스로 방대해져 이제는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그런 예는 이미 많이 있었죠. 1980~90년대 조지 소로스가 투기성 단기자금 즉 핫머니로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한 것도 그렇고, 우리가 잘 아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도 국제 투기자본의 횡포가 개입돼 있었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 즉 실물경제를 내리 눌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투기자본의 이동에 세금을 물리자는 것입니다.
사로코지와 메르켈은 보수 우파정당 정치인들입니다. 그들이 토빈세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당장 발등의 불인 재정난에 더해 유럽 내의 이런 여론을 읽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예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국제 투기자본, 금융사들은 이런 세금을 도입하는 데에 반대합니다.
유럽 내에서도 난관은 많습니다. 금융거래세라는 것은, 전세계에서 동시에 도입되지 않으면 효과가 적습니다. 세금을 물리지 않는 쪽으로 투기자본이 몰려갈 거니까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총재는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하면서 “금융거래세가 전세계적으로 도입되지 않으면 유럽만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트리셰는 “유럽의 금융거래 비용이 높아지면 거래가 해외로 이전해 갈 것”이라면서 자칫 유럽이 후회할 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거래에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은 토빈 이전에 1930년대 대공황 때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무산된 데에는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전세계 동시 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토빈세가 주요8개국(G8) 회의나 G20 회의에서 그 동안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투기자본의 발판이 되어주고 그걸로 수익을 얻는 나라들이 세상엔 적지 않습니다. 당장 EU 27개국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회 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지만, 어쨌든 반대도 127표라는 무시못할 숫자로 나왔습니다. 유럽 금융시장의 허브 격인 영국은 금융산업이 피해를 입을 거라면서 토빈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돈'이었습니다. 유로본드 즉 유로존 채권 발행안이라든가,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 격인 유럽 재정안정화기금의 돈을 확충하는 방안 등에서는 두 정상이 결론을 못 내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 증시들은 오늘 대부분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온통 '못된 금융자본이 세상을 망친다'고 규탄으로 뒤덮였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그 때 한동안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2008년 위기 뒤 회복되는 줄 알았던 금융시장은 착각이었음이 얼마전 금융패닉을 통해 다 드러났죠. 또다시 버블이 끼고 각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돈놓고 돈먹는 투자자들 손실을 채워주고 있었다는 얘기인데요(이를 빌미로 미국에선 공화당 중심으로 경기부양 예산을 당장 줄이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던 것이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16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에서 금융거래세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열리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때 금융거래세 도입을 독·프 양국 공동제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Merkel and Sarkozy push for greater European co-operation /가디언
Angela Merkel and Nicolas Sarkozy are urging greater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 /AP
금융거래세는 '토빈세(Tobin tax)'라고도 부르죠. 단기 투기성 자본거래에다가 세금을 붙이자는 겁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2002년 돌아가셨어요~)가 무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1년에 제안했습니다. 토빈 교수는 아무 실물생산 없이 돈 투자해 돈 버는 투기성 거래에서 세금을 거둬들여 빈곤국을 지원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한쪽에선 '로빈훗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1995년에는 독일 괴테대학의 파울 베른트 슈판이라는 경제학자가 이를 조금 변화시킨 '슈판 세'라는 걸 제안하기도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제가 무지해서 생략...)
금융거래세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누르고 스스로 방대해져 이제는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그런 예는 이미 많이 있었죠. 1980~90년대 조지 소로스가 투기성 단기자금 즉 핫머니로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한 것도 그렇고, 우리가 잘 아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도 국제 투기자본의 횡포가 개입돼 있었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 즉 실물경제를 내리 눌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투기자본의 이동에 세금을 물리자는 것입니다.
[ http://www.leftfootforward.org 이라는 사이트에서 퍼온 겁니다. 그래프의 실선은 금융거래 규모이고요. 만일 2004년에 0.005%의 금융거래세를 물렸다면, 금융시장은 겨우 점선 정도만큼 줄었을 거라는 뜻입니다.]
독·프 정상의 제안은 아직은 유럽에서만 금융거래세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두 정상이 불현듯 금융거래세를 들고나온 데에는 재정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유럽국들은 지금 재정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이미 지난 3월 총회에서 토빈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혁신결의안을 찬성 529표 대 반대 127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유럽의회의 표결은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 내 여론이 토빈세 도입 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독·프 정상의 제안은 아직은 유럽에서만 금융거래세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두 정상이 불현듯 금융거래세를 들고나온 데에는 재정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유럽국들은 지금 재정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이미 지난 3월 총회에서 토빈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혁신결의안을 찬성 529표 대 반대 127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유럽의회의 표결은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 내 여론이 토빈세 도입 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사로코지와 메르켈은 보수 우파정당 정치인들입니다. 그들이 토빈세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당장 발등의 불인 재정난에 더해 유럽 내의 이런 여론을 읽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예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국제 투기자본, 금융사들은 이런 세금을 도입하는 데에 반대합니다.
유럽 내에서도 난관은 많습니다. 금융거래세라는 것은, 전세계에서 동시에 도입되지 않으면 효과가 적습니다. 세금을 물리지 않는 쪽으로 투기자본이 몰려갈 거니까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총재는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하면서 “금융거래세가 전세계적으로 도입되지 않으면 유럽만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트리셰는 “유럽의 금융거래 비용이 높아지면 거래가 해외로 이전해 갈 것”이라면서 자칫 유럽이 후회할 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거래에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은 토빈 이전에 1930년대 대공황 때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무산된 데에는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전세계 동시 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토빈세가 주요8개국(G8) 회의나 G20 회의에서 그 동안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투기자본의 발판이 되어주고 그걸로 수익을 얻는 나라들이 세상엔 적지 않습니다. 당장 EU 27개국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회 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지만, 어쨌든 반대도 127표라는 무시못할 숫자로 나왔습니다. 유럽 금융시장의 허브 격인 영국은 금융산업이 피해를 입을 거라면서 토빈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금융위기 수습에 진땀 흘리던 2009년 금융거래세를 검토한 바 있지만, 결국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카리브해의 케이먼 군도라는 영국령 섬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케이먼군도 같은 소규모 국가나 자치령들은 이른바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수입을 올립니다. 그 나라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소득원이기도 하고요.
가이트너는 “케이먼 군도 같은 나라들은 금융거래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가 단 한 곳이라도 있으면 모두가 다 그리로 옮겨가서 거래할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계속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이렇게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스웨덴은 1984년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가 증시가 위축되자 7년만에 폐지했습니다. 벨기에는 2004년 토빈세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했는데, 유럽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법안을 채택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한다며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동하는 투기자본들에 의한 폐해가 심각하고,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반복되면서 어느 때보다 금융거래세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규제를 반대하는 경향이 강한 국제통화기금(IMF)에서조차 2009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총재가 “자본을 규제하는 게 꼭 지옥같은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물러선 바 있습니다.
또한 토빈세를 도입한 나라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랍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브라질이 금융거래에 과세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1980~90년대 투기자본 때문에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93년 금융거래세를 일부 도입했습니다. 브라질은 그 뒤로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서 금융거래세율을 조절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세금을 없앴다가 2009년 10월 환율이 들썩이자 재무장관이 2% 과세안을 발표했고, 블룸버그 통신 등 '경제미디어'들은 혹평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브라질이 망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에도 '토빈세는 여전히 bad idea인데 또 거론된다'며 반대하고 있네요)
대만은 해외 핫머니 유입을 규제하기 위해서 은행 이자와 환율 차이를 노린 투기성 예금을 금지시키는 등 일부 해외자본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유럽 증시는 독·프 정상회담 뒤 떨어졌습니다. -_-
되살아나는 '토빈세'... http://damienweighill.com 에서 퍼옴
또한 토빈세를 도입한 나라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랍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브라질이 금융거래에 과세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1980~90년대 투기자본 때문에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93년 금융거래세를 일부 도입했습니다. 브라질은 그 뒤로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서 금융거래세율을 조절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세금을 없앴다가 2009년 10월 환율이 들썩이자 재무장관이 2% 과세안을 발표했고, 블룸버그 통신 등 '경제미디어'들은 혹평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브라질이 망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에도 '토빈세는 여전히 bad idea인데 또 거론된다'며 반대하고 있네요)
대만은 해외 핫머니 유입을 규제하기 위해서 은행 이자와 환율 차이를 노린 투기성 예금을 금지시키는 등 일부 해외자본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유럽 증시는 독·프 정상회담 뒤 떨어졌습니다. -_-
European exchanges fall on financial tax fears /파이낸셜타임스 |
메르켈과 사르코지는 이번 회담에서 연 2차례 정례회의를 여는 유로존공동경제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일종의 유럽 공동 경제정부를 만들자는 것인데... 이것도 또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지라.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돈'이었습니다. 유로본드 즉 유로존 채권 발행안이라든가,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 격인 유럽 재정안정화기금의 돈을 확충하는 방안 등에서는 두 정상이 결론을 못 내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 증시들은 오늘 대부분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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