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머독 사건... 어디까지 가나

딸기21 2011. 7.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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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음성메시지 해킹, 도청 사건으로 영국이 난리도 아닌 모양이네요.
'미디어 모굴' 루퍼트 머독의 최측근이자 머독 그룹 최고위 간부 중 한 사람이었던 레베카 브룩스가 17일 전격 체포됐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은 브룩스까지 10명. 브룩스가 그 중 최고위급이죠.
올해 43세인 브룩스는 도청 취재 파문으로 폐간된 머독 그룹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산하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편집장을 지냈고 지금은 
뉴스코프의 신문부문인 '뉴스인터내셔널(NI)' 최고경영자로 있는 유력인사입니다. 한때 '머독 그룹의 여왕'이라고까지 불렸는데 계속되는 도청 사건 파문으로 결국 추락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 사실이 폭로된 뒤에 브룩스를 즉시 몰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머독이 감싸면서 브룩스 퇴출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주 머독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런던을 방문했는데, 그 때 취재진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최우선 순위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옆에 있던 브룩스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여론을 전혀 읽지 못한 것이었고, 머독의 이런 행태는 “사건의 중요성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지난 15일 결국 브룩스는 사임을 하게 됐는데요. 일각에선 머독이 브룩스를 희생시키고 자기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다우존스 CEO이자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레스 힌튼도 지난 15일 사퇴했습니다. 힌튼은 머독과 52년간 함께 일한 최측근입니다. 

브룩스... 43세에 머독그룹 신문부문 총책임자가 됐다면 얼마나 승승장구를 했는지 짐작이 가는데요.
1989년 스무살 나이에 폐간된 뉴스오브더월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취재력과 결단력으로 주목받았고 11년만에 이 신문 편집장에 취임했습니다. 3년 뒤에는 머독이 갖고 있는 또다른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선의 편집장이 됐죠.
뉴스오브더월드는 1891년 창간돼 1969년 머독의 뉴스코프에 인수됐는데, 역사가 120년이나 된 오래된 신문입니다. '더선'은 1969년 창간됐으니 역사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발행부수가 지난 4월 기준 278만부에 이릅니다. 부수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일간지죠.
비록 타블로이드 신문이라고는 해도, 이런 신문들에서 편집장을 지냈으니 머독으로부터 능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던 거죠. 그리고 6년 뒤에는 뉴스인터내셔널 CEO가 됐습니다. 머독이 3차례 결혼에서 네 딸과 두 아들을 두었는데, 언론계에서는 브룩스를 “머독의 다섯째 딸”이라 불렀답니다. 그만큼 머독의 최측근이자 가족같은 사랑을 받았다는 거죠. 

브룩스가 처음 더선 편집장이 됐을 때의 일화가 있습니다. 이 신문은 매일 3면에 선정적인 여성 화보를 싣는데, 여성 편집장이 취임했으니 좀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었답니다.
그런데 브룩스는 취임 첫날 자기하고 이름이 똑같은 여성 모델의 누드사진을 실었답니다. “레베카 브룩스는 더선의 선정성을 개선할 생각 없다, 이대로 밀어붙일 것이다”를 선언한 셈이죠. 독설과 수완이 대단한, 스타일로 봐서도 머독의 딸 같은 인물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뉴스오브더월드에서 잔뼈가 굵었고 거기서 편집장을 지냈으니 그 신문의 도청들을 모른다 할 수 없겠죠. 총지휘자로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이번에 폭로된 도청 사례 중 하나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사생활 등에 대한 건데요. 머독 그룹 산하 영국 신문들 중에, 드러난 것으로만 뉴스오브더월드와 더선과 선데이타임스 세 곳에서 브라운의 사생활을 불법취재했다고 합니다. 브라운의 어린 아들이 유전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도청을 통해 알아냈고, 그걸 브룩스가 직접 브라운 측에다가 언질을 주기까지 했답니다. “우리가 당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통보였을까요.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은 17일 브룩스가 체포된 직후 결국 사임했습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고 수차례 기소되거나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지지부진하게 끝난 전례가 있었죠. 그래서 경찰과의 유착 문제가 이번 사건의 한 축이었는데요.
스티븐슨 청장은 해킹·도청에 관여한 뉴스오브더월드의 전직 부편집장 닐 월리스를 경찰청 미디어 담당 컨설턴트로 채용하기까지 했습니다. 스티븐슨은 “내가 한 결정이 아니고 그가 도청에 연관됐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 2006년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도청 사건을 수사할 때에 1만1000여쪽 분량의 해킹 관련 기록을 확보해놓고도 유야무야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런던 경찰청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브룩스가 언론계 유력인사였으니 정관계에 지인들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하고 유독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브룩스는 지난해 성탄절에 캐머런 총리와 만찬을 함께 했고, 총리 부부와 자택이나 별장을 서로 방문할 정도로 자주 어울려왔다고 합니다. 브룩스가 2009년 결혼할 때에 결혼식에도 직접 갔고요.
영국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취임한 지 지금까지 15개월 동안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뉴스인터내셔널 회장입니다), 레베카 브룩스 등 머독 계열사 고위 관계자들하고 무려 26차례 회동을 했습니다.
2007년까지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낸 앤디 쿨슨은 퇴임 뒤 보수당에 들어갔고, 최근까지도 캐머런 총리의 공보담당자로 일했습니다. 쿨슨이 물러난 뒤에도 총리 관저로 불러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고요.

머독이 스카이TV 지분을 인수해 위성방송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여기 대해서는 정부 안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기업부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인수권에 대한 관할권한이 기업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는 수상쩍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결정이 있고 다음날 캐머런이 브룩스를 만났다고 하니까 이 정도 되면 단순한 친분을 넘어서 특정 기업과의 유착 스캔들이 될 수 밖에 없지요.

보수당 정권 고위층에 머독 그룹과 유착 의혹을 받는 인물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빌미를 잡은 노동당은 맹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캐머런 정권 전체를 뒤흔들 조짐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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