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다빈치코드- 드뎌 읽었다

딸기21 2005. 11. 24. 20:15
728x90

다 빈치 코드 1, 2 The Da Vinci Code (2003) 

댄 브라운 (지은이) | 양선아 (옮긴이) | 이창식 (감수) | 북스캔




‘리뷰’라 하기엔 좀 뭣한, 그냥 짤막한 독후감 or 투덜거림.

역사추리물(이라고 해야 하나)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그 유명한 ‘장미의 이름’도 영화로 슬쩍 봤을 뿐 책으로 안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하도 광고를 하고 많이들 봤다고 해서... 유행에 너무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친구에게 책을 빌렸다.

읽을 때엔 재밌었는데 솔직히 좀 실망. 아니 많이 실망. 내 기대가 너무 컸나? 영풍문고 들렀을 때 무슨무슨 해설집을 비롯해, 관련된 책들이 여러 판본으로 많이 나와있길래 굉장한 책인 줄 지레짐작하고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안 치밀할 뿐더러 이해도 잘 안 되고 지적인 고급스러움도 의외로 너무 없었다.

내가 원래 미스터리 이런 거 잘 이해를 못하는데, 그래서일까? 파슈 경감은 왜 그렇게 랭던을 범인으로 몰아가려고 했지? 교황청에서 거액을 아링가로사 주교에게 준 것은 다만 빚을 갚은 것일 뿐이란 말인가? 아링가로사 주교가 ‘지구 종말의 날’이라도 맞이하는 듯 ‘한달 밖에 안 남았어’라고 했던 것은 바티칸의 결별선언, 그냥 그 얘기였던 말인가? 

어쨌건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더 심오하고 숨겨진 비밀이 있겠거니 하면서 조마조마 했단 말이다. 간만에 밤늦게까지 읽고 나서(그러고 보면 시간때우기 소설로서는 성공작인듯) 밤에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소설 내용을 생각했다. 너무 궁금해서... 잠을 잘 못 잤다. 아침에 책을 다 읽은 여동생한테 물어보니깐 "생각 안 나" 라고 한다. 기억에 안 남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_- 그리고 내가 "그래도 잘 기억해봐, 뭔가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숨어있을지 몰라"라고 했더니 "그런거 없을테니 안심하고 잊어" 그런다.

좀 한심하다는 생각. 음모론도 아니고... 보수적이라고 보기에도 소신없는 ‘안전빵’일 뿐이자나, 이런 건. 오푸스데이도 교황청도 모두 괜찮았는데 또라이 하나가 살인극을 벌인 거라고 주장한다면. 또라이 살인범이 지체장애인이라는 것 또한 식상하고 재미없다. 나처럼 미스터리에 익숙지 못한 독자마저 추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재미없자나.

맨 첨에 미술관 관장이 큰 대 자로 벌거벗고 별 그렸다는 부분도 황당하다. 랭던이 주변의 원을 뒤늦게 보고 화들짝 놀랐다고 하는데, 미술사 책을 한두권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팔다리 뻗고 누운 남자 누드에서 비트루비우스 인체도를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 것 아닌감? 세계적인 도상학자가 그걸 ‘뒤늦게’ 알고 놀랐다는 설정은, 내용 중 랭던의 지적 수준과 안 맞는 것이라서 이상했다. 마지막 ‘할머니-손자’와 ‘(할아버지)-손녀’의 만남은 황당무계...

토머스 해리스 같은 지적인 현란함과 고급스러움을 기대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