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스크랩] 이탈로 칼비노, '도둑들만 사는 나라'

딸기21 2005. 9. 26. 11:59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알라딘의 어느 분이 이런 단편을 알려주셨습니다. 재미있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Italo Calvino ‘ The Black Sheep ’ 

There was once a country where everyone was a thief.

At night each inhabitant went out armed with a crowbar and a lantern, and broke into a neighbour‘s house. On returning at dawn, loaded down with booty, he would find that his own house had been burgled as well.

And so everyone lived in harmony, and no one was badly off- one person robbed another, and that one robbed the next, and so it went on until you reached the last person, who was robbing the first. In this country, business was synonymous with fraud, whether you were buying or selling. The government was a criminal organization set up to steal from the people, while the people spent all their time cheating the government. So life went on its untroubled course, and the inhabitants were neither rich nor poor.

And then one day - nobody knows how- an honest man appeared. At night, instead of going out with his bag and lantern to steal, he stayed at home, smoking and reading novels. And when thieves turned up they saw the light on in his house and so went away again.

This state of affaires didn’t last. The honest man was told that it was all very well for him to live a life of ease, but he had no right to prevent others from working. For every night he spent at home, there was a family who went without food.

The honest man could offer no defence. And so he too started staying out every night until dawn, but he coudln‘t bring himself to steal. He was honest, and that was that. He would go as far as the bridge and watch the water flow under it. Then he would go home to find that his house had been burgled.

In less than a week, the honest man found himself with no money and no food in a house which had been stripped of everything.But he had only himself to blame. The problem was his honesty: it had thrown the whole system out of kilter. He let himself be robbed without robbing anyone in his turn, so there was always someone who got home at dawn to find his house intact- the house the honest man should have cleaned out the night before. Soon, of course, the ones whose houses had not been burgled found that they were richer than the others, and so they didn’t want to steal any more, whereas those who came to burgle the honest man‘s house went away empty-handed, and so became poor.

Meanwhile, those who had become rich got into the habit of joining the honest man on the bridge and watching the water flow under it. This only added to the confusion, since it led to more people becoming rich and a lot of others becoming poor.

Now the rich people saw that if they spent their nights standing on the bridge they’d soon become poor. And they thought  ‘Why not pay some of the poor people to go and steal for us?’ Contracts were drawn up, salaries and percentages were agreed  (with a lot of double-dealing on both sides: the people were still thieves). But the end result was that the rich became richer and the poor became poorer.

Some of the rich people were so rich that they no longer needed to steal or to pay others to steal for them. But if they stopped stealing they would soon become poor: the poor people would see to that. So they paid the poorest of the poor to protect their property from the other poor people. Thus a police force was set up, and prisons were established.

So it was that, only a few years after the arrival of the honest man, nobody talked about stealing or being robbed any more, but only about how rich or poor they were. They were still a bunch of thieves., though.

There was only ever that one honest man, and he soon died of starvation.

[영어에 압박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번역 서비스;;]

도둑들만 사는 나라가 있었다. 밤이 되면 주민들은 쇠지레와 손전등을 들고 집을 나서, 이웃집으로 쳐들어간다. 노획물을 싸들고 새벽녘 집으로 돌아와 보면, 자기 집도 똑같이 강도질을 당한 걸 알게 된다.

모두가 조화롭게 살았고, 아무에게도 그다지 나쁠 건 없었다. 한 사람이 옆집에서 도둑질을 하면 옆집 사람은 그 다음 집을 훔치고, 이렇게 맨 끝 사람에게 이를 때까지 서로 도둑질을 한다. 이 나라에서 사업이란 말은 사는 것이 됐건 파는 것이 됐건 사기라는 말과 똑같다. 정부는 국민들을 강탈하기 위한 범죄조직이고, 국민들은 정부를 속이는 데에 전념한다. 그러나 인생은 별 탈 없이 흘러가고 주민들 중에는 부자도 가난뱅이도 없다.

어느 날 -아무도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정직한 남자가 나타났다. 밤에 가방과 전등을 챙겨들고 도둑질을 하러 나가는 대신에, 그는 집에 머물러 담배를 피우며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의 집에 들어간 도둑들은 불빛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도망쳐버렸다.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정직한 남자가 자기 편한대로 사는 것을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하던 대로 하는 걸 막을 권리도 없었다. 매일 밤 그가 집에 머물러있었던 탓에 굶어야 하는 가족이 하나씩 생겨났다.

정직한 남자도 이제 밤부터 새벽 사이에 집을 비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둑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정직한 남자였다. 그는 저 멀리 다리까지 가서 흐르는 물을 쳐다보곤 했다. 그리고는 도둑이 왔다 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주일도 가지 않아, 정직한 남자의 집에는 돈도 음식도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이건 그 남자의 잘못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의 정직함이었으니까. 정직함 때문에 정상상태에서 떨어져나가게 된 것이다. 자기가 도둑질할 차례인데 하지 않고, 도둑을 맞기만 했다. 덕택에 누군가는 매일 밤 도둑질을 하고도 자기 집을 도둑맞지 않게 됐다. 정직한 사람이 도둑질을 했어야 할 집 말이다. 당연히 그 결과, 도둑질을 당하지 않는 집은 다른 집보다 부자가 됐다. 부자가 된 사람은 도둑질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빈털터리 정직한 남자네 집을 털 사람은 훔칠 물건이 없으니 가난해졌다.

한편 부자가 된 사람은 밤마다 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정직한 남자의 버릇에 동참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혼란만 더해졌다. 부자가 더 생겨나고, 가난뱅이도 더 생겨났기 때문이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밤에 다리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다시 가난뱅이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난한 사람들을 시켜서 날 위해 대신 도둑질을 해오도록 하면 되잖아?” 부자들의 생각이 여기에 미쳤다. 계약이 체결되고 봉급과 지분에 합의가 이뤄졌다(물론 이들은 아직 도둑근성을 버리지 못했기에 쌍방 모두 이중계약을 맺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 결과,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뱅이들은 더 가난해졌다.

어떤 부자들은 너무 부유해서 더 이상 훔치거나, 도둑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도둑질을 그만두면 곧 가난뱅이로 떨어질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자들은 가장 가난한 이들이 적은 재산이나마 지킬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렇게 경찰이 생겨났고 감옥도 지어졌다.

그랬다. 정직한 사람이 나타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무도 도둑질이나 강도당한 일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사람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혹은 가난한지를 이야기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다 도둑들이었다. 정직한 단 한 사람, 그는 곧 굶어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