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사마 빈라덴과 미국을 연결시켜줬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정보국장 투르키 알 파이잘(60) 왕자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주재 신임 사우디 대사로 결정됐다. 이른바 ‘빈라덴 커넥션’의 핵심 고리였던 투르키 왕자의 부임이 향후 미-사우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고(故) 파이잘 국왕의 아들이자 현 파드 국왕의 동생인 투르키 왕자는 1977년부터 24년간 사우디 정보국을 이끌어온 세계적인 정보통.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뒤 소련 팽창을 우려한 미국의 아프간 내 공작을 돕기 위해 ‘독실한 무슬림 재벌 청년’ 빈라덴을 미 중앙정보국(CIA)에 연결시켜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빈라덴은 90년대 초반 소련이 몰락한 뒤 미국과 사우디 왕정으로 공격의 칼날을 돌리면서 투르키 왕자와 갈라섰으며, 투르키 왕자는 빈라덴이 왕정 전복 음모를 꾸미자 92년 아예 그의 국적을 박탈해버렸다. 2001년 9.11 뒤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빈라덴이 테러 주범이라고 공식 언급, 또다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투르키왕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수학, 서구문화에 친숙하며 실용주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9.11 발생 직전에 정보국장직에서 사임했으며 2003년부터는 영국 주재 대사로 근무해왔다.
전임 미국대사였던 반다르 빈 술탄 왕자가 ‘반다르 부시’라 불릴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 측과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르키 왕자도 미국 정치인들과는 막역한 사이다. 정보통인 동시에 노련한 외교관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9.11과 이라크전 등으로 삐그덕거리고 있는 미-사우디 관계를 과거의 맹방 관계로 복원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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