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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딸기투어 타임테이블

딸기21 2002. 9. 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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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월)

11시20분 집에서 출발. 만남의 광장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고 오후 1시 서울 톨게이트 통과. 
서해대교를 건너다-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작 건너는 동안에는 다리 난간을 하도 높게 해놔서 바다를 감상할 수 없었다. 

91년식 오래된 소나타 클래식(아지님은 오나타라고 부른다)에게 어쩐지 이번 여행은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초장부터 들었다. 덜덜덜덜...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지님 손이 수전증처럼 떨릴만큼 차체가 떨렸다. 이게 왜 이럴까. 
군산휴게소 못 미쳐서, 갑자기 차가 레코드판 바늘 튀듯이 퐁퐁 튀더니 아까 그 떨림과 시끄럽던 소리가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밟은 것이 틀림없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 뒤편으로 무언가가 옆 차선에 떨어져 있는 것이 거울에 비쳤다. 잠시 뒤 나는 깨달았다. 무언가를 밟은 것이 아니라, 우리 오나타가 무언가를 <떨어뜨린> 것이라는 사실을.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나- 바로 오른쪽 앞바퀴의 껍데기였다...타이어의 껍질이 과일껍질처럼 벗겨져나가서, 속살이 다 나와있었다. 타이어 속에 실오라기같은 구리빛 금속선들이 촘촘이 둘러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

오후 3시 15분. 갓길에서 타이어 교체를 시도했으나 실패. 군산 쪽으로 고속도로 빠져나와서 부근 대야까지 갔다. 불심검문에 걸린 뒤 철도건널목 차단기에 얻어맞음. 난 그런 차단기를 볼 때마다 '혹시 저 차단기 밑에 서 있다가 얻어맞는 차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곤 했는데 불행히도 그 차가 우리 오나타일 줄이야.

오후 4시30분 부안 톨게이트를 나와 변산반도로 향하다. 부안읍에서 신호위반으로 벌금 6만원, 벌점 15점을 부여받다. 아지님, 아무 죄 없는 딸기를 비난하다(대체 왜?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닌데...)

오후 5시 변산반도 국립공원. 채석강 단층을 보려 했으나 <겉핥기>하느라 제대로 못 보고 바닷가 모텔촌 부근을 썰렁하게 장식한 그놈의 바이킹에 기분 상하다. 관광지에 바이킹 설치하는 넘들은 모두 그 땅에 목만 내놓고 사흘간 파묻어놔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치만 채석강 바다 물에 발 담가보고, 색깔 예쁜 돌들을 주워담았으니 어느 정도는 만족.

저녁 8시 목포에서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독천식당이라는 곳에서 한그릇에 만원씩 하는 낙지비빔밥을 먹고 해남으로.

밤 10시 해남 대둔사(옛 대흥사) 앞. 91년 이 곳을 찾았을 때에는 없었던 번쩍번쩍 쿵짝쿵짝 모텔들과 룸 나이트 가라오케 무랑루즈 간판들을 보며 기가 질리다. 3만원 내고 <낙원장> 여관에 들어갔는데..."아니 대체 합법적인 부부인 우리가 왜 불륜남녀 도피여행하듯 이런 beggar같은 여관에서 자야 하는 거야" 드드득 돌리는 손채널 달린 텔레비전, 꽃무늬 침대보...여관 화장실에 물이 안 내려가다니, 경악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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