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꽃보다 남자와 꽃미남 이야기

딸기21 2002. 8. 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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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는대로 주절거리는 꽃미남 이야기.

<꽃보다 남자>의 상품성은 정말 대단하다. 유치찬란을 넘어 유치절정휘황찬란으로까지 달려간 만화이지만, 재미와 흡입력은 어느 만화보다 낫다.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한 아가씨의 만남. '상투'의 꼭대기까지 쳐올라간 구도이지만 부자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세계 몇째 갈만한 재벌, 아가씨도 그냥 가난한 아가씨가 아니라 지긋지긋 속물적인(동정의 여지가 없는) 부모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가난한 아가씨, 왕따도 그냥 왕따가 아니라 승용차에 사람을 매달아놓고 운동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무지막지한 폭력이고 보면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만화의 최대강점은 F4, 즉 '네 명의 남자'가 나온다는데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명이 아닌 네!명!이라는 점에 있다. 
일본 만화매거진 시스템의 강점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신속한 인기투표, 소녀 독자들의 취향을 발빠르게 반영하는 줄거리의 변조 따위로 네 명의 남자를 매회마다 잘도 팔아치우는데, 어느 소녀의 이상형이든 이 네 명의 범주 안에 걸리지 않을 수 없게끔 해놨다.

딸기가 다시 <꽃남>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우선, 월드컵 꽃미남 열풍이 시들해진데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직접적인 계기는 TV드라마(딸기 버릇 개 못 준다...)이다. 

대만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꽃남>을 케이블TV MBC드라마넷에서 보게됐는데, 단 5초만 보고서도 아, <꽃남>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고만고만하게 귀엽고 발랄해 보이는 소녀와 무지 잘생긴 남자애들 몇명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본질(?)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꽃남>은 대단하다...

원래 대만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의 제목은 <유성화원>(流星花園)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꽃보다 남자>라는 이름으로 방영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루이, 오른쪽 두번째가 츠카사. 츠카사는 이 드라마에서는 '다오밍쓰(道明寺)'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일본이름 도묘지를 한자 그대로 중국어 발음으로 읽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재미난 것은 주인공 마키노 츠쿠시(牧野つくし)의 이름이다. 일본말로 '츠쿠시'는 굳이 한자로 쓰면 '土筆'이 되는데, 이건 뱀밥이라는 풀 이름이다. 그냥 잡초 정도로 쓰이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 앞의 마키노까지 합쳐서 읽으면 '들풀'이라는 뜻이 된다. 투니버스 애니에서는 '진초원'으로 번안을 해놨고, 대만에서는 '산차이'다. 산채(山菜)라는 얘기인가? 

여튼 이 드라마가 대만에서 방송될 때에는 여학생들이 테레비 본다고 등교거부까지 하는 바람에 사회문제가 됐었다고 한다. 결국 정부 당국에서 잠정 방송중단 조치까지 내렸다니 열풍이 대단했었던 모양이다.

<유성화원>은 드라마 자체로는 물론 '꽝'이다. 설득력 전혀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그나마 만화랑 대사 한줄까지도 거의 똑같다. 그런데도 드라마가 사회문제화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단 하나의 요인은 '영상미학'이다. 
어떤 영상? 물론 꽃미남 영상. F4의 얼굴만으로도 영상미학이 서너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다오밍쓰 역의 랴오양쩐(言承旭)의 얼굴을 보라. 아주 잘생겼죠? 심지어 얘는, 최근 자서전까지 내서 대만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전설이...(아 얼마전 교보문고 앞에서 이천수 자서전 출판 기념 사인받으려고 줄서 있던 여학생들의 행렬이 생각난다).

여튼 이 드라마에 F4로 등장했던 네 명의 아이들, 언승욱 주효천 오건호 주유민은 순식간에 아이돌이 됐다는데. 특히 이들은 F4라는 이름 그대로 그룹을 만들어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인기가 하늘을 찌른단다. 이른바 한류(韓流)가 최근 대만발 한파를 맞고 있는데 바로 이들 때문이라는 것이다(믿거나 말거나). 대만 언론들도 "드뎌 (외국 수입산이 아닌) 대만 스타가 나왔다"면서 좋아라 하고 있다는 야그.

얘들, 만화속 F4 아닌 리얼 F4의 데뷔음반 제목도 아예 <유성화원>에서 따온 <流星雨>(유성우)란다. 게다가 앨범 타이틀곡 <流星雨>는 일본 'R&B 천왕' 히라이 켄의 노래를 번안한 곡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어쩜 하반기까지도) 시청률 최고를 기록한 <명랑소녀 성공기>의 주제가는 차게 & 아스카의 <러브송>을 번안한 노래였고, 역시나 만화책 어느 곳에선가 봤던 듯한, 비스끄무레한 신데렐라 스토리였다(사실 <꽃남>이나 <명랑소녀>나 모두 신데렐라와 캔디의 짬뽕이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아시아는 진실로 문화통합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옆 사진은 극중 루이로 등장하는 주유민. 대만에서는 제2의 유덕화로 불린다더군요. 곱상한 얼굴이나 저 표정이나, 만화 <꽃남>의 루이를 그대로 닮았죠? 희한하게도 루이는 만화에서나, 투니버스에서나, <유성화원>에서나 똑같이 이름이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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