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니자르 카바니, '카나의 얼굴'

딸기21 2005. 9.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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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ce of Qana 카나의 얼굴

1

카나의 얼굴
예수의 얼굴처럼
4월의 바닷바람처럼, 창백한.
빗물처럼 흐르는 피, 그리고 눈물.

2

숯덩이가 된 우리 몸을 짓밟고 그들이 카나로 들어왔다
이 남쪽땅에 나치의 깃발을 올리며
폭풍의 한 장을 열어젖힌다
히틀러는 가스실에서 그들을 불태웠고
이제 그들은 히틀러의 뒤를 이어 우리를 불태운다
히틀러는 그들을 동유럽에서 내쫓았고
이제 그들은 우리를 우리 땅에서 내쫓는다

3

그들이 카나에 들어왔다
굶주린 늑대처럼
메시아의 집을 불태우고
후세인의 옷과
남쪽 땅을 짓밟는다



폭격을 맞은 밀밭과 올리브나무, 담배밭,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폭격을 맞은 카드모스
폭격을 맞은 바다와 갈매기들
폭격을 맞은 병원들, 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들, 학생들
폭격을 맞은 남쪽지방의 아름다운 여인들
달콤한 눈 속엔 짓밟힌 정원들



우리는 알리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걸 보았고
피묻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 속에
기도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가 카나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곳은 두 번째 카르발라였다고
양피지에 새겨줄 수 있을까



카나는 숨겨져 있던 것의 베일을 벗겼다
우리는 아메리카를 보았다
유대 랍비의 오래된 옷을 입고
학살을 이끌며
이유 없이 우리 아이들을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 아내들을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 나무를 폭격하고
이유 없이 우리의 생각을 폭격하는
아메리카, 세계의 여왕
그들은 헤브루에서 아랍을 깔아뭉개라는 포고령을 내린 것일까



아메리카의 지배자는 매번
우리를 죽이기 위해 대권을 얻는 것인가
우리, 아랍을 죽이기 위해



우리는 하나의 아랍이 나타나
우리 목을 찌르는 가시덩쿨을 빼내주기를 기다렸다
한 명의 영적인 지도자,
한 명의 왕,
한 명의 돈키호테,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할리드, 타리크 혹은 안타라를 기다리면서
허튼 수다만 늘어놓고 있었다
학살이 끝나고 나서
그들은 팩스 한 장을 보냈다
기도를 마친 우리는 그것을 읽었다

10 

우리의 절규에 이스라엘이 무슨 두려움을 느끼랴?
우리가 팩스를 보내면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랴
팩스의 지하드는 성전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성전이다
우리가 쓴 단 하나의 텍스트는
우리를 떠나간 순교자들,
그리고 우리에게 올 모든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11 

알 무카파, 자리르, 그리고 파라즈다크.
이스라엘이 그들의 무엇을 두려워하랴
무덤 입구에서 시를 집어던지는 칸사.
타이어를 불태우고
코뮤니케에 서명하고
상점을 부수면 그녀가 두려워할까
우리에겐 전쟁을 승리로 이끌 왕이 없다는 걸,
우리에게 있는 것은 수다장이들 뿐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는데

12 

북을 친다고 해서,
옷을 찢고
뺨을 긁어댄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무엇을 두려워하랴
아드와 타무드의 이야기를 듣는다 해서 
이스라엘이 무엇을 두려워하랴

13 

우리 민족 모두가 코마상태에 빠져 있다
정복의 시대 이래로
우리는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다

14 

우리는 덜 익은 밀가루반죽 같은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이 학살과 테러를 계속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게을러지고 냉담해져간다

15 

질식할 것 같은 점령
점점 추해져가는 사투리
격리돼 가는 녹색 땅들
메말라가는 여름의 나무들
그리고, 변덕스럽게 이전의 경계선들을 잡아먹어가는
경계선들.

16 

이스라엘이 우리를 모두 학살할거야. 못할 까닭이 없지.
이스라엘은 히샴, 지야드, 알라시드를 죽일거야. 못 그럴 이유가 없지.
왜 아니겠어? 바누 타흘라브를 죽이고 그들의 아내를 빼앗을거야.
왜 아니겠어? 바누 마젠을 죽이고 그들의 자식들을 빼앗아가고.
왜 아니겠어? 바누 아드난의 바지를 무릎으로 끌어내리고
입술과 목을 갈망할지도!

17 

이스라엘이 무엇때문에 아랍세계를 두려워하겠어
그들이 예후다가 되었는데


1996 


번역 딸기

People gather near graves as they mark the 16th anniversary of the massacre of Qana, Lebanon, Wednesday, April 18, 2012. (The Daily Star/Mohammed Zaatari)


++ 카나 대학살: 199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카나(Qana)에 있는 UN 캠프를 폭격, 107명을 학살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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