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니자르 카바니,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딸기21 2005. 9. 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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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with terrorism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장미와 여인들, 위대한 문학과 푸른 하늘을 보호하려 들면.
점령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도 없고 공기도 없다
천막도 없고 낙타도 없다
짙은 아라비아 커피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우리 내장과 
발키의 머리카락, 
메이순의 입술을 지키려 들면.
힌드와 다드, 루브나와 라바브, 
거짓을 폭로하듯 그들의 채찍에서 흘러나오는
코흘의 강물을 보호하려 들면.
나는 더이상 비밀스런 시, 
비밀스런 구호,
혹은 문 뒤에 숨겨둔 책들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베일을 쓰고 거리를 걷는 
시와 함께 하지도 않을 것이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파괴되고 찢겨지고 사그러진 고향, 
아무 주소도 없고
이름도 빼앗겨버린 나라에 대해 쓰면

나는 고향의 흔적들을 찾는다
위대한 시들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은,
칸사의 탄식 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고향을.

빨강, 파랑, 혹은 노랑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점령지의 지평선을 찾는다

고향에서 우리는 신문을 사 볼 수도,
뉴스를 들을 수도 없다
새들의 지저귐마저 
금지된 점령지
테러에 물든 고향땅에서
작가들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길들여져갔다

고향의 시는 고향의 땅을 닮았다
공허한 말들
리듬도 없고
기형적인 얼굴과 혀를 가진 수입된 아잠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사람들의 걱정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머니 대지와 
인간의 위기

명예도 없고
편자도 없이
평화협상으로 가는
점령지.

남자들은 그릇에 오줌을 누고
여자들은 명예를 짓밟혀버린 고향

우리 눈에 소금
우리 입술에 소금
우리 말에 소금
자아가 이토록 메마를수도 있구나
불모의 카흐탄에서 물려받은 유산이런가
우리 나라에는 무와이야도, 아무수피얀도 없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념에 빠진 얼굴
그들은 우리의 집과 빵과 올리브기름을 빼앗아
빛나는 역사를 흔한 잡동사니로 만들었다

우리 삶에는 어떤 시도 남지 않았다
술탄의 침대에서 순결을 잃은 뒤로

그들은 비천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타락해버렸을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역사서를 찾는다
일족을 이끌고 솀족을 정복했던 우사마 빈 알문키트와
우크바 이븐 나피
오마르, 함자
그리고 할리드를.
잔인한 강간과 불길에서 
여성들을 구했던
무스타심 빌라흐를 찾는다

나는 후대의 사람들을 찾는다
겁에 질린 고양이들 사이에서
새앙쥐같은 술탄의 치세 때부터
스스로의 영혼을 겁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을 본다

온 나라가 장님이 되었나
색깔조차 구별할 수 없는 것일까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우리 땅을 찢고
우리 역사를 찢고
우리의 복음을 파괴하고
쿠란을 찢고
예언자들의 무덤을 파헤치는
이스라엘의 불도저 밑에서
죽기를 거부하면.
그것이 우리의 죄라면
그렇다면, 보라, 테러리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무굴과 유대와 바바리안의 손에서 
말살되기를 거부하면,
제왕 중의 제왕이 주재하는
안보리의 유리창에 
돌을 던지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늑대와 협상하기를 거부하면
매춘부와 손 맞잡기를 거부하면

아메리카
여러 민족의 문화를 말살시켜
아무런 문화도 없고
여러 문명을 말살시켜
아무 문명도 갖고 있지 못한
아메리카
벽이 없는
강력한 건축물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미국이 헤브루의 옷을 입고
더욱 바보스럽고 부유해지고 강력해져가는
이 시대를 거부하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예루살렘에
알 할릴에
가자에
나스라에
장미를 집어던지면
포위된 트로이에
빵과 물을 가져다주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종교에 빠진 지도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면
통합주의자들은 모두
브로커로 변해버렸다

우리 문화에 맞서 가증스런 범죄를 행하면
위대한 칼리프의 질서에 맞서 혁명을 일으켜
그들의 자리를 노리면
정치의 법률을 공부하고
신을 부르면
알 파타의 글, 정복의 장(章)을 읽으면
금요일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모두 테러리즘에 익숙해진 자가 된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먼지 쌓인 명예와
우리 땅을 지키려 들면
우리를 강간하는 사람들
우리 중에 강간하는 사람들에게 맞서려 하면
사막의 야자나무와
하늘에 반짝이는 마지막 별 하나
어머니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젖 한방울을 지키려 하면.
이것이 우리의 죄라면
테러리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테러가 러시아와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에서 온 자들로부터
나를 구해줄 수만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에 들어와
우리 어깨를 짓밟고
알 쿠드의 첨탑과
아크사 사원의 문을 빼앗고
아라베스크와 돔을 도적질했다

메시아, 나자렛의 예수,
동정녀 마리암 베툴라
그리고 성스러운 도시를 
죽음과 파괴의 사절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지난해
민족주의자들의 거리는 끓어올랐다
야생마처럼
강물은 젊은 영혼으로 넘쳤다

그러나 오슬로 이후
우리에겐 더이상 이빨이 없다
우리는 길잃은 눈먼 사람들이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전력을 다해
시의 유산과
화려한 문명과
산들 사이로 흐르는 피리소리와
거울처럼 비치는 검은 눈을 지키려 들면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엘 아주레의 바다를 묘사한
잉크 냄새를 지키려 들면
말할 자유와
신성한 책들을 지키려 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테러가 사람들을 독재자의 폭정에서 
구해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잔인함에서 인간을 구해주고
레몬과 올리브나무, 레바논 남쪽의 새들과
골란고원의 웃음을 돌려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테러가 우리를 예후다의 카이사르와
로마의 카이사르로부터 
구해줄 수 있다면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아메리카와 이스라엘이
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나눠쥐고 있는 한

도살자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손에 쥐고 있는 한
내 모든 시와
내 모든 말과
내 모든 이를 걸고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미국 상원이
자기네 법과 포고령을 가지고
상벌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이르하브(테러리즘) 편이다
이 신세계질서가 아랍의 냄새마저도 증오하는 한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이 신세계질서가
내 자식들을 학살하고
내 자식들을 개들에게 보내려 하는 한

이 모든 것을 위해

나는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London, 15 April 1997. 

번역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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