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백향목 혁명, 그 이후 레바논

딸기21 2005. 6. 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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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오랜 점령에서 벗어난 뒤 처음으로 실시된 레바논 총선에서 반(反) 시리아 야당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시리아 세력에 암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라피크 하리리 전총리의 아들 사아드가 이끄는 야당연합은 19일 투표 완료 직후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지역주의와 종파주의가 그대로 노출된데다 반시리아계와 친시리아계가 권력을 나눠가진 형국이어서 `자유 레바논'의 정국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4단계 총선 완료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4번에 걸쳐 치러진 총선의 승자는 사아드 하리리가 이끄는 반시리아계 야당연합이었다. 아버지의 정치적 후광에 막대한 재력, 시리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결합시켜 승리를 이끌어낸 하리리는 19일 전체 128석 중 28석이 걸린 북레바논 지역에서 야당연합이 압승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4차 투표까지 포함된 공식 선거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앞선 세 차례 투표에서 이미 44석을 확보해놓은 하리리 측은 마지막 투표에서 21석 이상을 얻어 과반수 의석을 돌파한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리리가 당초 주장했던`3분의2 의석 확보'에는 못 미치지만, 그렇더라도 반시리아 세력이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은 1990년 이래 처음이다.


권력 3분


하리리 세력이 전체적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지역에 따라 확연히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첫 투표지인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하리리 세력이 의석 19석을 모두 휩쓴 반면 남레바논에서는 친시리아계 헤즈볼라-아말 연합이 23석을 석권했다. 3단계 베카계곡-마운트레바논에서는 과거 반시리아 운동 지도자였던 마론파 기독교 인사 미셸 아운 세력이 승리를 거뒀고 마지막 북레바논 투표에서는 다시 하리리가 승리했다. 하리리측(60~65석)과 헤즈볼라 세력(35석), 아운 세력(21~28석)가 권력을 나눠 갖게 된 것. 공식 개표 결과 야당연합이 주장과 달리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경우라면 정국 구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


인구 380만명의 소국이지만 레바논의 종교-민족 구성은 어느 나라보다 복잡하다. 역사적인 총선이 네번에 걸쳐 나뉘어 치러졌다는 사실이 바로 이 복잡한 구조를 반증하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는 지역주의-종파주의를 그대로 노출한 것이어서 향후 정국 전망은 불투명한 채로 남아있게 됐다.

일단 반시리아세력이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에 대한 사퇴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리아군이 철수를 하긴 했지만 이슬람 수니파를 중심으로 하는 반시리아세력에 맞선 시아파 친시리아계의 반발도 만만찮은 상태다. 하리리 진영은 다른 반시리아 세력들과 제휴, 헤즈볼라 등 친시리아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문제와 종파-지역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새 총리 후보로 떠오른 하리리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 레바논 최근 정국 일지 •

2.14 라피크 하리리 총리 암살
2.28 레바논 시위대, 대대적인 반시리아 시위
3.1 친시리아계 오마르 카라미 내각 총사퇴(백향목 혁명)
3.7 시리아군 레바논서 철수 시작
3.8 레바논 친시리아계 50만명 시리아군 철군 반대 시위
3.10 카라미 총리 복귀
3.15 반시리아계 80만명 시리아군 전면철수 요구 시위
4.15 친시리아계 온건파 나지브 미카티 총리 취임
4.24 시리아군 완전 철수
5.29 1단계 총선(베이루트) 사아드 하리리 야당연합 승리
6.5 2단계 총선(남레바논) 헤즈볼라-아말 연합 승리
6.12 3단계 총선(베카계곡-마운트레바논) 미셸 아운 세력 승리
6.19 4단계 총선(북레바논) 하리리 야당연합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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