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네덜란드군 아프간 철수

딸기21 2010. 8. 2. 18:05
728x90
네덜란드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일 임무를 끝내고 철수를 시작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아프간 국제치안지원군(ISAF)의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중 최초로 아프간을 떠나는 나라가 됐다. 1000명 이상을 파병한 주둔군 주력부대가 물러나는 것도 처음이다. 나토 국가들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덜란드군은 2006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주둔을 마치고 이날 공식 임무종료를 선언했다. 막심 베르하겐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파병부대에 서한을 보내 “국제사회와 나토는 아프간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글로벌 테러리즘의 기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끔 도왔다”고 공로를 치하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네덜란드군의 활동은 다른 군대의 벤치마크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네덜란드군은 핵심 전선 중 한 곳인 남부 우루즈간 주에서 4년 동안 주로 전후재건을 돕는 일을 해왔다. 파병 초기부터 네덜란드군은 ‘방어·외교·개발(defense·diplomacy· development)’이라는 ‘3D 전략’을 내걸었다. 헬멧을 벗은 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민심을 얻었다. 하지만 네덜란드군의 성과는 “군사기지 부근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은 꼬집었다. 
전황이 나빠져 사망자가 속출, 주둔군 24명이 목숨을 잃자 네덜란드 내 여론도 악화됐다. 네덜란드가 아프간 원조와 파병에 투입한 돈만 해도 18억달러(약 2조1100억원)에 이른다. 파병기간을 늘리려 했던 얀 페테르 발케넨데 총리의 연립정권은 올초 붕괴됐고 6월 총선에서도 발케넨데의 기민당이 패배했다. 철군 여론이 연정을 무너뜨린 것이다.




Dutch General Kees van den Heuvel (R) and U.S.Army Colonel James Creighton are seen 
during the transfer of authority from the Netherlands to the U.S. and Australia in Tarin Kowt, Uruzgan August 1, 2010. REUTERS


나토 대변인인 독일군 소속 요제프 블로츠 장군은 “네덜란드군이 철수해도 전력에는 지장 없다”면서 “미군이 증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나토군 수는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8만명 가까운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다음달 말이면 미군만 10만명 규모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AP통신은 “군사적으로는 당장 타격이 없더라도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카불에서 열린 지원국 회의에서 파병국들은 아프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14년을 ISAF 철수 시한으로 정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4년이나 더 군대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캐나다는 내년에 파병부대 2700명을 철수시킨다. 최근 좌파 총리가 집권한 폴란드도 부대를 빼낼 예정이다. 캐나다와 폴란드는 모두 ISAF 주력부대다. 특히 캐나다는 격전 지역인 우루즈간 주 전투와 치안유지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캐나다 군대가 빠지면 헬만드-칸다하르-우루즈간으로 이어지는 파키스탄 접경 서남부 전선 전력에 차질이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만큼 더 미군을 집어넣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7년을 철군 시한으로 언급한 바 있다.




블로츠 나토 대변인은 칸다하르와 헬만드 핵심 지역들이 영국·캐나다군 손에 다시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미군과 영국군·캐나다군은 지난해 말부터 헬만드에서 대규모 탈레반·알카에다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황은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칸다하르와 헬만드는 지난 6월 다시 반군에 넘어갔다. 블로츠는 미군이 탈레반의 본거지인 칸다하르 시를 최근 다시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지난 두달간의 칸다하르 공방전에서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1일에도 주민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아프간 남부에서 도로매설폭탄에 공격당해 6명이 숨졌다. 7월 한달 간 민간인 270명 이상이 숨지고 600명이 다쳤다. 
1일 수도 카불에서는 나토군 공습으로 남부 헬만드주 상긴에서 지난달 23일 민간인 52명이 희생된데 항의하며 200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했다. “미국에 죽음을, 나토에 죽음을!”이라 쓰인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이런 공격은 더이상 못참겠다, 미국 침략자들 나가라”고 외쳤다.

나토군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갈수록 전쟁 국면이 꼬이자 미국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신임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은 이날 동맹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아프간인들의 적은 탈레반 뿐이 아니다”라면서 “잘못된 통치, 부패, 권력남용 같은 것들이 탈레반 신병모집을 도와주는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적들은 공격적으로 사냥하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화력을 사용하라”고 썼다. 민심도 잡고 탈레반도 소탕해야 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를 없애고 나토 재건지원 예산을 책임있게 쓰는 것, 탈레반 중 ‘화해가능한 멤버’를 선별하는 것을 지침으로 내세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