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기름 먹는 '초대형 방제선' 멕시코만으로

딸기21 2010. 7. 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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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캡(뚜껑),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해저유정 기름유출 재앙을 막아 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고래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시했다. 미 당국은 TMT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날 ‘고래A’의 멕시코만 작업을 승인했다.

‘고래A’는 지난 25일 버지니아주 노퍼크항에 도착해 연료를 채워넣은 뒤 30일 루이지애나주 바닷가에 도착했다. 이 선박은 양 옆으로 기름과 물을 동시에 빨아들인 뒤 특수제작된 배 밑부분 탱크로 보낸다. 물과 기름이 분리되면 물만 다시 배출하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50만배럴(약 8000만ℓ)의 원유를 걸러낼 수 있다. 노퍼크항에 방문해 배를 살펴본 루이지애나주립대학 환경학자 에드 오버튼은 “믿을수 없을정도로 어마어마한 오일스키머”라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노부 쑤 TMT 회장은 “잔디깎는 기계가 풀밭을 돌아다니듯 멕시코만을 돌며 기름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올 초 완공된 이 배는 항해경력이 반년도 채 안 된다. 기름흡수용으로 개조됐다고 하지만 실제 테스트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제대로 작동한다 해도 기름을 100%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실전에 들어가봐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환경관리청(EPA)과 주정부들이 ‘고래A’의 작업허가를 놓고 고민한 것도, 환경에 미칠 효과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텍사스, 앨라배마 일대 해상에는 올들어 첫 허리케인인 ‘알렉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알렉스가 2등급 허리케인으로 커지자 텍사스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일대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알렉스는 남쪽의 멕시코를 강타, 폭우와 홍수 피해를 입힌 뒤 북쪽으로 올라와 텍사스 앞바다에 도달해 있다.
미 기상당국은 허리케인이 기름유출 지역을 우회해 텍사스 서쪽 내륙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쪽 바다에 위치한 기름띠는 거세진 파도를 따라 급류를 이루기 시작했으며 방제작업은 중단됐다. 멕시코만 기름 제거작업을 하던 배들은 모두 항구로 철수했다. BP가 세번째로 설치하려던 유출차단용 돔 작업도 6~7일 이후로 연기됐다. 알렉스를 시작으로 본격 허리케인철이 다가오면 기름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수없어 당국은 초긴장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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