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오바마랑 부시랑... 다를까요, 같을까요?

딸기21 2010. 5.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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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 청사진’으로 불리는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27일 공개합니다. 보고서에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강도높은 압박과 함께, 일방주의·선제공격론 폐기 등 전임행정부 안보전략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FP통신이 미리 52쪽 분량의 보고서 문안을 입수해서 보도를 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에 대화냐 고립이냐(engagement or isolation)의 분명한 선택을 요구할 것”이라고 합니다.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두 나라가 “대화를 할 것인지 더욱 심한 고립을 맞닥뜨릴 것인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16개월만에 내놓는 이 보고서에서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론’을 사실상 폐기하고 일방주의 외교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했으나 외교적 수단이 모두 소진된 이후의 ‘최후의 수단’임을 못박았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군사적 수단이나 일방적 공격을 할 필요성 자체를 없애는 것”을 국가안보전략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보고서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이미지에 맞춰 세계질서를 재구축하려던 부시 시대의 꿈은 접고 새로운 열강들의 부상을 인식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중국 인도 브라질이 좋아하겠군요 ㅎㅎ).
이를 위해 미국은 “외교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며 군사력 뿐 아니라 외교적인 수단과 경제적인 동인들, 개발 원조와 교육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만 북한·이란과는 ‘환상을 없애고’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들이 국제적인 의무를 무시한다면 핵 비확산이라는 규범을 지키도록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현재의 세계를 ‘진화하는 위협으로 둘러싸인 세계’로 규정하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의 두 전쟁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프레임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광범위한 전염병, (경제적) 불평등에 맞선 싸움에서부터 사이버전쟁까지 온갖 종류의 혼란스런 위협을 고려, 미국의 이해관계를 정하고 미국의 힘을 사용하는 방식을 재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테러' 얘기로만 일관했던 부시 시절에 비하면 좀 다차원적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번 보고서에는 또 처음으로 ‘자생적 테러리즘’에 대한 경고가 담겼습니다. 최근 발생한 뉴욕 타임스퀘어 폭탄테러 기도, 텍사스 포트후드 기지 총격사건 등에서 보이듯 외부세력의 침투가 아닌 자생적 테러리즘이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보고서는 “미국 땅에서 급진화된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이 안보정책의 핵심에 놓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민주당 인사들뿐 아니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공화당 인사들의 조언까지 담았다고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7일 오후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부에서 별도로 브리핑을 한다네요(그런 브리핑 한번 구경 가보면 재밌을 것도 같은데... 당근 영어로 하겠죠? ㅎㅎ)
 
하지만 부시와의 차별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보다는 유사성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세력을 섬멸해야 한다’는 내용은 이번 보고서에도 그대로 실렸습니다. 부시 행정부때 NSS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던 듀크대학 피터 피버 교수는 “통수권자의 레벨에서 생각하는 전략은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훨씬 많다”고 말했고, 포린폴리시는 “오바마의 NSS는 ‘부시 2.0’?”이라고 꼬집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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