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샤넬 넘버5'가 태어나기까지

딸기21 2010. 5. 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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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전혀 뿌리지 않는 이들도, 마릴린 먼로의 향수로 유명했던 ‘샤넬 넘버5(No.5)’의 이름은 알 것이다. 요즘말로 하면 ‘향수의 레전드(전설)’라 할 샤넬 넘버5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21년 5월 5일이었다. 그 후 90년 가까이 이 향수는 많은 여성들의 취향을 만족시켰고, 영화·드라마 등 서구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다.



샤넬 넘버5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1881-1961년)다. 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에두아르 보는 향수제조회사 알퐁스 랄레의 모스크바 지사에서 일하는 조향사였다. 19세기말 제정 러시아의 황실과 귀족들은 향수에 돈을 퍼부었는데, 그들에게 향수를 가장 많이 판 회사 중 하나가 랄레였다. 한때 프랑스 라 보카에 있는 랄레의 공장에선 1500여명을 고용, 675종의 향수를 생산해 러시아 등지에 팔았다고 한다. 


보는 어릴적 모스크바의 랄레 공장에 도제로 들어갔다. 잠시 프랑스로 돌아가 군 의무복무를 마친 뒤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와 1907년 도제 과정을 마치고 정식 조향사가 됐다. 5년 뒤 나폴레옹의 승전을 기념해 ‘부케 드 나폴레옹’이라는 남성용 향수를 만들어 이름을 얻었고, 곧이어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헌정한 ‘부케 드 카트린느(예카테리나)’를 출시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로마노프 황실이 축출되자 보는 프랑스로 갔다. 보는 라 보카의 랄레 실험실에서 몇 가지 향수를 만들었지만 이 곳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대공 등 옛 러시아 황족들과 접촉을 했다. 대공은 당시 연인이었던 유명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에게 보를 연결시켜주었다. 

샤넬은 보의 향수 중 하나를 몹시 마음에 들어해, 자기 이름을 딴 향수 컬렉션의 첫 제품으로 선택했다. 자스민·장미·바이올렛 등 꽃에서 추출한 향료에 사향과 앰버 같은 동물성 향료를 섞고 알데히드(합성향료) C-10, C-11, C-12를 각각 1:1:1로 혼합한 향수였다. 

향수에서 가장 먼저 날아가는 향을 탑노트, 그 다음을 미들노트, 마지막까지 은은히 남는 향을 베이스노트라 부른다. 샤넬넘버5는 열대의 꽃인 일랑일랑의 탑노트와 자스민의 미들노트, 백단향·사향 등의 베이스노트로 구성돼 있다.

보가 다섯번째로 내놓은 향수를 골랐다고 해서 샤넬 넘버5가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보의 측근들이 전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향수가 히트를 친 뒤 보가 샤넬에게 “왜 넘버5라고 이름을 붙였느냐”고 묻자 샤넬은 “5는 나의 행운의 숫자”라며 “그래서 중요한 컬렉션은 매년 다섯번째 달, 다섯번째 날에 발표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샤넬 넘버5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55초당 한 개 꼴로 팔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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