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남산 케이블카의 역사

딸기21 2010. 5. 11. 21:37
얼마전 종영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끝부분에는 ‘식모살이’를 하던 가난한 소녀 세경과 여동생 신애가 남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경은 초등학생인 신애를 어린아이로 ‘분장’시키고 모자를 뒤집어 씌워 어른 1명 분의 요금을 내고 케이블카를 타는 데에 성공을 한다. 아버지가 빚보증 때문에 전재산을 날린 뒤 산속에서 살다가 올라온 자매에게 남산 케이블카는 ‘서울의 상징’이었다. 자매는 서울을 떠나 머나먼 타히티 섬으로 이민가기 전,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케이블카를 타는 꿈을 이룬다.
지난해 꽃미남 열풍을 일으켰던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도 남산 케이블카가 등장한다. 재벌가에서 자라난 오만불손한 소년과 서민층 소녀는 남산에서 만나 자판기 커피를 들고 케이블카를 탄다. 이번엔 케이블카가 ‘서울 서민들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유럽의 성(城) 같은 집에서 비현실적이고 소아병적인 권력을 누리며 사는 재벌의 아들이지만 한밤중 케이블카에 갇힌 뒤에는 꼼짝없이 서민형 로맨스의 포로가 되고 만다.





케이블카는 예전엔 ‘삭도(索道)’라 불렸다.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한국삭도공업주식회사다. 차나 기차가 지나다니는 땅의 길은 궤도라 하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강삭(鋼索)에 탈 것을 매달아 사람이나 짐을 나르는 설비는 삭도라 한다. 한국삭도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41곳에 143개의 케이블카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남산 케이블카가 개통된 것은 1962년 5월 12일. ‘은하수’와 ‘무지개’라는 두 대로 운영되는 한국 최초의 ‘여객 삭도’였다. 산 기슭 회현동 승강장에서 로프에 매달려 예장동 승강장에 닿을 때까지 3분 가량 운행한다. 로프의 길이는 605이고, 저점과 고점의 높이 차이는 138다. 운행속도는 초속 3.2다. 2002년 7월 상하행선 엇갈리는 지점에서 갑자기 1시간 남짓 멈춰서는 일이 있긴 했으나, 지금껏 큰 사고 없이 쉬지않고 운행됐다. 2년 전에는 낡은 38인승 케이블카가 48인승으로 교체됐고 위쪽 승강장에 전망대가 설치되는 등 새단장을 했다.
서울의 명물로 사랑받았던 남산 케이블카는 1990년대가 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서울시와 민간단체들이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벌이고 남산 주변을 정비하면서 다시 명소로 탈바꿈했다. 
케이블카에 대한 법도 바뀌었다. 1977년 만들어진 ‘삭도법’은 당시 국민 평균체중을 근거로, 탑승객 1인의 평균체중을 60㎏으로 잡았다. 하지만 2006년 국민들의 늘어난 몸무게를 반영, 기준 체중을 65㎏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