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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월관계에 결국 금이 가는 것일까. 양국 관계가 ‘35년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고집’ 때문에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네타냐후와 회담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조명을 못 받은 만남이었고, 평소와 달리 회담 전후의 모습조차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 뒤 오바마는 곧바로 관저로 올라가버렸다. 네타냐후는 집무실 옆방에서 보좌관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만남을 청해 오바마와 예정에 없던 30분간의 추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도, 선언문도 내놓지 못했다.
이날 두 정상의 ‘싸늘한 만남’은 네타냐후가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22일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마을의 팔레스타인 호텔을 허물고 유대인 아파트를 짓는 계획을 최종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무력 점령한 이래 50만명의 유대인이 100여개 정착촌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이들 정착촌은 국제법상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 네타냐후는 오바마와 만나기 전날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관계 위원회(AIPAC) 총회에 가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면서 정착촌을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장차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로 예정돼 있는 동예루살렘을 차지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평화협상에 관여하는 어떤 나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오바마가 네타냐후와의 회담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네타냐후를 비판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압박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네타냐후의 만남에서도 이미 감지됐다. 클린턴은 AIPAC 총회에서 “두 나라 관계는 여느 때처럼 굳건하다”고 밝혔지만, 동예루살렘 정착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친 유대계 인사 중 한 명인 클린턴이 이례적으로 AIPAC에서 강력한 경고를 한 셈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은 22일 네타냐후와 국무부 청사에서 만난 뒤 함께 사진도 찍지 않았고, 네타냐후의 숙소로 자리를 옮겨 보좌관들 없이 1대1 대화를 나눴다. 클린턴은 며칠전 네타냐후가 정착촌 추가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여가며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막가는’ 태도를 어떻게 누그러뜨려 중동평화협상으로 이어갈지는 알수 없다. 오바마는 취임 초부터 이스라엘의 무법자 같은 태도를 더이상 싸고돌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보건의료개혁법안이 통과돼 개혁입법들을 추진할 강력할 동기를 얻은 마당에, 대외정책에서 오바마의 가장 큰 숙제는 이-팔 문제다.
앞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을 고집하면 협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을 압박하지 않고는 중동평화협상을 진척시킬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달래거나 윽박지를 수단도 마땅찮다. 네타냐후는 23일 미 의회 방문에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의 환대를 받았다. 중동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는 ‘충견’ 이스라엘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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