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라크전 7년... '민주주의' 높은 평가, 정국 안정은 아직도...

딸기21 2010. 3. 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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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수십명이 인터넷 카페로 달려간다. 손에는 CD롬 복사본들이 들려 있다. 기자들은 총선 중간개표 결과가 담긴 CD롬을 1.2달러씩 내고 복사한 뒤, 그것을 열어보고 기사를 쓴다. 그러니 선관위 주변의 인터넷 카페들은 내외신 기자들로 북새통이다.


지난 7일 선거를 치른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18개 주 총선 결과가 집계되는대로 기자들에게 알리고 TV 스크린으로 비춰줬지만, 며칠 전부터 CD롬 배포로 바꿨다.
개표가 일찍 끝난 일부 주 선거결과가 발표된 뒤 시아파 정치세력의 양대 축인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 측과 이야드 알라위 전 과도정부 총리 측이 서로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자 선관위가 발표 절차를 바꾼 것이다. 알라위 측의 항의로, 개표 결과를 컴퓨터에 느리게 입력한 선관위 직원들이 해고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국의 바그다드 공습으로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지 20일로 만 7년이다. AP통신은 “바그다드의 인터넷 카페 풍경은 힘겹게 국가를 재건하고 있는 이라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후 미군정 통치와 과도정부 통치, 그리고 민주선거로 구성된 첫 정부를 거치면서 이라크는 ‘중동의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난 7일 치러진 전후 두 번째 총선 결과가 18일까지도 공식 발표되지 못한 채 지리한 개표작업과 정치세력 간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개표가 90%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알 말리키의 법치국가연합은 244만표 이상을 얻어, 알라위의 이라키야를 4만표 앞섰다. 18개 주 가운데 8개 중에서 법치국가연합이, 4-5개주에서 이라키야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알라위는 시아파이긴 하지만 종교색채가 없는 세속주의자여서 수니파들 몰표를 받아 약진했다. 그동안 미국과 교감하며 철군 이후를 함께 준비해온 알 말리키가 재집권하든, 알라위가 집권하든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면 새 정부 구성이 늦어질 수 있다. 원내 1당 당수가 선거결과 공식발표 뒤 30일 안에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이 제3의 인물을 총리에 지명해 내각구성을 지시하게 된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미군 철수 이후의 이라크를 짊어질 중책을 맡는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철군을 시작해 대도시 지역에서 군대를 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올 8월까지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핑계삼아 일으킨 지난 7년의 전쟁으로 이라크는 모든 인프라가 파괴됐고 무수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라크바디카운트’는 그동안 이라크 민간인 9만5600~10만43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한다. 미군 사망자 수도 4385명(외국군 전체 4703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20일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계획돼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는 주민들이 십자가와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할 예정이고, 켄터키주에서는 전역병 단체가 미군과 이라크인 사망자 추모행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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