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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강경파 정권의 개혁파 탄압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란 정부가 개혁파의 기수이자 ‘문명 간의 대화’를 역설한 지도자로 이름 높았던 모하마드 하타미 전대통령(66·사진)마저 출국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9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하타미 전대통령의 출국이 금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출국금지 조치의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하타미의 측근들은 “출국금지 조치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보안 당국의 ‘선전전’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개혁파 웹사이트인 팔레만뉴스는 “하타미는 이란을 떠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이란 정부는 출금 조치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타미는 1997년부터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8년 동안 2기 연달아 이란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죠. 집권 기간 과학자 출신의 여성 정치인을 환경 담당 부통령에 임명하는 등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권장했으며, 문화적 자유를 상당부분 허용해 영화를 비롯한 이란 문화의 중흥기를 보여줬습니다.
당시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비판기능이 부분적으로나마 보장됐고,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었습니다. 98년 유엔 총회에서 하타미는 ‘문명 간의 대화’를 역설, 세계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일부 개혁파 세력이 독점하는 부작용을 낳아 서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하타미 정부의 정치적 개혁들은 신정(神政) 체제의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보수파들에 발목잡히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지지부진한 개혁에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렸습니다. 그가 물러난 뒤 ‘서민 정치’를 표방하고 대선에 나서 집권한 보수파 아마디네자드는 하타미 정부의 개혁조치들을 모두 철회하고 시간을 거꾸로 되돌렸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낯익은 상황 같군요;;)
하타미는 지난해 6월 대선에서 개혁파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보수파들은 하타미와 무사비가 대선 불복 시위를 뒤에서 조종, 정정불안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해왔고요. 지난달 11일 이슬람혁명 31주년 기념일에는 테헤란 중심가 아자디광장 주변에서 차를 타고 가던 하타미가 경찰과 사복차림 공안요원들의 공격을 받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나라도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지요)
대선이 끝난지 9개월이 되어가지만 개혁파들은 아마디네자드 재집권에 항의하며 산발적으로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이란 정부도 개혁파 인사들과 비판적인 지식인·언론에 대한 탄압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신정체제를 비판해온 유명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얼마전 테헤란의 자택에서 체포된 데 이어 개혁파 언론들도 속속 폐간됐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여성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와 무사비의 측근인 또다른 유명 영화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국외를 떠돌며 이란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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