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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악의 인종말살 분쟁지역인 다르푸르에 평화가 올까요.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 최대 반군조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기본협정에 서명했습니다. 다음달 중에는 공식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협정이 말 뿐인 약속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국제사회의 더욱 긴밀한 협력과 감시가 필요하겠지요. 기아 선상에 허덕이는 수백만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 최대 반군조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기본협정에 서명했습니다. 다음달 중에는 공식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협정이 말 뿐인 약속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국제사회의 더욱 긴밀한 협력과 감시가 필요하겠지요. 기아 선상에 허덕이는 수백만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반군-수단 정부 협정 체결
다르푸르 최대 반군 조직인 정의평등운동(JEM)의 아흐메드 후세인 대변인은 20일 AFP통신 등 외신들에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수단 정부 측과 즉각적인 휴전 등을 담은 기본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세인은 JEM 지도자 할릴 이브라힘이 휘하 부대들에 무력행위를 멈추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JEM의 발표 몇 시간 뒤 수단 정부는 2년전 수도 하르툼에서 반정부 봉기를 일으켜 사형을 선고받은 JEM 조직원 100명의 판결을 취소했습니다. 또 그 중 30%를 21일 풀어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국영TV로 방송된 연설에서 협정 사실을 발표하며 “이제 다르푸르의 상처를 치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단 남부 코르도판의 JEM 반군을 이끌고 있는 아흐메드 와디아이가 20일 차드에서 정부군과 기본협정을 체결한 뒤
수단으로 돌아와 하르툼 공항에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환영을 하고 있네요. /REUTERS
수단 대통령 보좌관 가지 살라후딘이 하르툼에 돌아와, JEM과의 평화협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화
수단으로 돌아와 하르툼 공항에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환영을 하고 있네요. /REUTERS
수단 대통령 보좌관 가지 살라후딘이 하르툼에 돌아와, JEM과의 평화협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화
수단 정부는 아랍계 정권인 반면, JEM 반군을 비롯한 다르푸르 주민들 다수는 차드와 같은 아프리카계 자가와(Zaghawa) 부족 출신입니다. 이 때문에 알 바시르 정부는 차드가 반군을 편들며 분쟁을 악화시킨다고 비난해왔습니다. 그래서 수단-차드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수단 난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온 차드 측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지난 8~9일 알 바시르 대통령과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차드 대통령이 만나 집중 논의를 한 뒤 휴전의 가닥이 잡혔습니다.
차드 정부는 “다음달 15일 쯤 수단 정부와 반군 간 공식 평화협정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협정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알 바시르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 집권 20여년 만에 첫 대선 경선을 치릅니다. 이 때문에 평화협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석유, 인종, 종교, 물 문제가 뒤섞인 '다르푸르 사태'
다르푸르에서 남부 자치주으로 이어지는 수단 남동부는 1990년대 이후 급부상한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유전지대입니다. 하지만 유전 개발의 경제적 혜택을 모두 북부 아랍계가 독점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왔습니다.
분쟁에 불이 붙은 것은, 북부 사막지대에서 아랍계 주민들이 물을 찾아 남부로 내려오면서입니다. 아랍계가 밀려와 땅을 차지하면서 원래 그 곳에 살던 아프리카계 농민들과 싸우게 된 것이죠. 2003년 JEM과 수단해방군(SLA) 등 아프리카계 반군들이 반정부 공격을 하면서 이른바 '다르푸르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반격에 나서면서 내전으로 비화됐습니다.
잔자위드 민병대는 아프리카계 주민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했고, 진압해야 할 정부군은 오히려 그들을 비호했습니다. 내전이 '인종말살'로 되어버린 것이죠. 7년간의 분쟁으로 30만명 이상이 숨지고 270만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심지어 정부군이 학살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있다”며 알 바시르 대통령을 인종말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수단 정부는 이를 일축하며, 분쟁 사망자도 유엔의 추산과 달리 1만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JEM과 정부가 협정에 합의함으로써 다르푸르 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낙관은 이릅니다.
수단 정부는 4년 전에도 SLA와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얼마 못 가 깨졌습니다. 반군 내 소수세력인 SLA는 휴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JEM 측도 “곳곳으로 흩어진 난민들의 귀환, 다르푸르 내 권력분점, 피해자 보상과 구금자 석방 등 숱한 협상거리들이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수단 정부는 지난해 유엔과 구호기구 요원들까지 다르푸르에서 내쫓았습니다. 구호식량에 의존해온 난민들은 굵어죽을 처지입니다. 당장 이들을 도와야 하는데 수단 정부가 구호요원들을 언제 다시 받아들일지 알 수 없습니다.
언제나 슬픈 것은 힘 없는 이들의 사정이지요. 다르푸르에 하루라도 빨리 봄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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