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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푸르 난민 학살을 조장·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사진)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그의 혐의 중에서 누락됐던 ‘인종말살(제노사이드)’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알 바시르 처리’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열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ICC 항소심 재판부가 3일 알 바시르의 다르푸르 인권탄압 혐의를 재심사, 지난해 예심에서 누락된 인종말살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ICC는 알 바시르가 다르푸르 내전에 개입,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인종말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인정치 않았다. 알 바시르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온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이에 반발하며 항소했다.
제노사이드 등 반인도 범죄를 재판하기 위해 2002년 세워진 ICC가 현직 국가원수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알 바시르 사례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수단 정부는 혐의를 일축했고, 주변 아프리카·아랍국들도 “서방의 오만”이라며 알 바시르 편에 섰다. 알 바시르는 주변국들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녔으며 영장은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반인도 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범죄’로 여겨지는 인종말살 혐의가 덧붙은 이상 주변국들이 무작정 그를 편들긴 힘들게 됐다.
그동안 ICC는 ‘쫓겨난 범죄자’들에 대해서만 처벌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ICC의 결정은 이런 비판을 뒤집고 현직 집권자에 대해서도 최악의 반인도 범죄로 단죄할 길을 열기로 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인종말살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판명날 경우 알 바시르는 종신징역형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재판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중국은 긴밀한 에너지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산유국 수단을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ICC에 알 바시르의 신병을 확보할 물리력이 없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기소’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다르푸르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이슬람 민병대와 정부군이 합세해 비이슬람 아프리카계 부족들을 내쫓고 학살을 자행했다. 2003년부터 계속된 내전으로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숨지고 27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수단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지난해 13개 국제기구를 다르푸르에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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